(사회)OPEC+ 7~8월 하루 64만배럴 증산 합의했지만, 국제유가 치솟아

Photo of author

By quasar99

휘발유부터 천연가스와 석탄까지 모든 에너지 가격이 널뛰고 있다. 전 세계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뛰어넘는 위험에 놓여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산유국이 대규모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등 경고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MMBTU(백만열량단위)당 8.48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3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3배로 뛰었다. 지난달 초에는 장중 9달러를 넘어서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탄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북·서유럽으로 운송되는 석탄의 선물은 올해 들어 137% 상승한 t당 323.50달러를 기록했다. 호주 석탄 가격도 140% 넘게 올랐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5차 제재안으로 인해 앞으로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이날 증산 규모 확대에 합의했다는 소식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OPEC+는 7~8월 각각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증산량보다 50%가량 많다. 하지만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40% 오른 배럴당 116.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종가 기준으로 3월 8일 이후 가장 높았다. 원유 재고가 큰 폭으로 주는 등 공급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금수 조치 등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유럽에서는 배급제 등 극단적인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석유와 천연가스 분야의 투자가 줄어든 것도 현재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가스 분야의 투자액은 3410억 달러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투자액(5250억 달러)보다 23%나 줄었다.

조 맥모니글 IEF 회장은 “에너지 분야의 강력한 수요와 (코로나19로 인한) 투자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중단 등이 겹친 현 상황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최근의 상황이 단지 에너지값 급등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 고온과 가뭄 등으로 전력에 과부하가 걸리면 각국의 전력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CNN은 “지난달 미국 전력 당국은 올 여름 심각한 전기 부족으로 정전과 단전이 잇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 2일 뉴욕타임스 등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예정된 유럽과 이스라엘 순방 일정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추가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유력 반체제 인사 암살에 대응해 사우디를 ‘왕따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유가 급등과 러시아 제재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사우디와의 ‘관계 재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이번 방문은 도덕적 분노에 대한 현실 정치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스크바의 석유를 대체하고 세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른 에너지 생산국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