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 준비하는 경찰..대규모 집회·교통 관리 수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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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새 대통령집무실로 지정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한수빈 기자

윤석열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경찰의 경비·경호와 교통 관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청와대를 담당해온 서울 종로경찰서가 하던 역할이 용산경찰서로 이관되면서 경비·교통·정보 분야의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그간 광화문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던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가 달라진다.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가능한 장소는 전쟁기념관 앞 공터, 남영동-삼각지-용산역을 잇는 한강대로 구간, 삼각지-이태원역을 잇는 녹사평로 구간 등이다. 한강대로 구간은 10만명, 녹사평로 구간은 5만명이 모일 수 있다. 자연히 두 지역에 모두 걸쳐 있는 삼각지 일대가 경찰의 집중관리 지역으로 부상하게 됐다.

용산 집무실은 지금의 청와대보다 집회·시위 관리에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저 인근 100m 안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시위법 11조에 따라 근거리 집회가 불가능하지만, 용산 집무실은 관저와 별개의 장소에 있어 주변에서 집회를 여는 게 가능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윤 당선인이 최초에 공약했던 광화문보다는 용산에 집무실을 두는 편이 낫다고 본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는 부지 면적이 좁아 시위대가 집무실 주변을 에워쌀 수 있지만, 용산 국방부 청사는 부지 면적이 넓고 출입문도 많아 그런 위험성이 적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방부 청사는 주변에 100만명이 모여도 둘러싸기 힘들다. 나갈 수 있는 길도 여러 개고 헬기 이용도 가능하다”며 “대통령이 어디를 가더라도 경찰에서 신호만 잡아 주면 한강대로와 남산 1·3호 터널 등으로 5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외곽을 경비하는 101단과 202단 등 서울경찰청 산하 경비부대의 역할 변화도 관측된다. 기존의 청와대는 독립 공간이라 대통령 주변을 지키는 1선 경비, 청와대 건물을 지키는 2선 경비, 청와대 외곽을 살피는 3선 경비로 업무가 명확했지만 용산 시대에는 상황에 걸맞은 패러다임 변화가 점쳐진다.

경찰은 새로운 형태의 교통 관리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 출·퇴근이나 외부 일정이 있을 때 서울경찰청 교통기동대와 용산서에서 용산 일대의 교통신호를 통제하고 차량 인솔을 맡게 된다. 관건은 경찰이 시민들의 불편 없이 주변 교통을 얼마나 적절히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용산은 서울 어디로든 쉽게 갈 수 있는 요충지여서 한남대교·반포대교·남산터널로 연결되는 녹사평의 경우 1년 365일 차량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대통령 관저의 경우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한다면 경찰 입장에서 관리가 용이하다. 공관 뒤로는 성벽처럼 산이 둘러싸고 있고, 공관으로 진입하는 길이 한두개 밖에 없어 ‘천혜의 요새’에 가깝다는 평가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와 청사 경비 등은 경호처와 협력해 101단과 202단에서 하고, 집회·시위 관리는 지금의 종로서 역할을 용산서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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