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짧고 강한 긴축’ 선언..경기 둔화 우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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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경향신문]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제로 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짧고 강한 긴축’을 선언했다. 가파른 물가오름세에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유가 상승과 금리인상이 겹칠 경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준은 지난 15∼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후 0.00∼0.25%인 기준(정책)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가 올해 말에는 1.9%, 내년 말에는 2.8%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점도표가 나타내는대로 금리가 인상된다면 올해 6회, 내년에 3~4회의 추가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2년간 10~11회 기준금리를 올리는 급격한 긴축이 예고됐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같은 시나리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도입한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 2015년 12월∼2016년 12월까지 긴축에 들어갔던 시기보다 더 매파적(긴축 선호)인 것이다. 당시 연준은 3년에 걸쳐 기준금리를 9차례 인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물가 위험에 대한 ‘대굴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가파른 긴축이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어 연준이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연준은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올해 전망치와 같은 3.5%로 제시했다.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리는데도 고용시장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등의 분석을 보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물가위험이 가장 높고, 과거 금리인상기와 달리 양적긴축(보유자산 축소)도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 연착륙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유가 상승과 금리인상기가 겹칠 경우 불황으로 연결된 사례가 많았던 점도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물가상승 위험이 더 심각해지고 통화긴축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도이체방크증권의 매슈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언젠가는 연준은 실업률을 더 높이든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수용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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