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던 64세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재택치료를 하던 그는 별다른 이상 증세 없이 7일 후 격리가 해제됐다. 그런데 이틀 뒤 갑자기 열이 38도까지 오르고 숨이 가빠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진 A씨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웠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이후 2차 폐렴까지 진행된 A씨는 현재까지 기계 호흡장치를 떼지 못하고 있다.
61세 여성 B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B씨는 지난달 21일 재택치료 후 격리 해제됐다. 그러다 지난 5일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 응급실을 찾았고 이후 A씨처럼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달게 됐다. 2주 정도 치료를 한 뒤 인공호흡기는 제거했지만, 아직 폐렴 증세가 남아 있어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
격리 해제 뒤 중환자실행…고위험군 관리 허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 등을 집중관리군으로 지정해 관리한다지만 이전과 달리 비대면 모니터링에 의존하다 보니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연령이 높거나 치매 증상이 있을 경우 본인의 상태가 악화한 걸 잘 인지하지 못해 폐렴이 상당히 진행된 후 병원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의 경우 격리해제 전 엑스레이를 찍어 폐렴 증상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중관리군만 30만명이 넘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겠냐”며 “신규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20%를 넘겼는데 앞으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팍스로비드 물량 부족…“게임체인저 역할 못 해”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주간(11~17일) 팍스로비드 사용량은 3만4403건으로 직전주(4~10일) 1만4769건과 비교해 2.3배 급증했다. 그간 사용된 7만4514건 중 46.2%가 일주일간 처방된 셈이다. 현재 팍스로비드는 국내에 8만8276명분이 남아있는데 지금 수준으로 처방된다면 3 주내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식약처 “머크사 치료제 승인 검토”…전문가 “늦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뒷북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엄 교수는 “팍스로비드의 경우 병용 금기 약물이 많아 처방이 까다롭다”면서 “이전부터 이를 처방할 수 없는 환자에게 몰누피라비르를 보완적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가 늑장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김우주 교수도 “예방 효과가 3분의 1 정도이긴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권고한다고 발표했고, 20여개 국가에서 쓰고 있다”며 “타이밍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도입했다고 해서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내 기준을 통과해야 승인을 내리는 것”이라며 “오미크론에 어느 정도 유효할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승인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가 된다고 예측해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