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전셋값 상승..서민 이자부담만 더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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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정부 전세대출 규제에 은행들 대출금리 빠르게↑
매물 줄고 보증금 올랐는데 대출조건도 악화
예비부부 등 실수요자 이자부담 더 커질 듯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문제원 기자] 예비신부 김희주씨(34·가명)는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최근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첫 상담을 받을 때는 연 2.9% 금리로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는데 다음 날 신청하려고 하니 연 3.55%로 나온 것이다. 김씨는 불과 하루 만에 한 달 이자 16만원을 더 내게 된 상황이 말이 되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대출을 받기 싫으면 다른 은행에서 상담하라고 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치솟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 인상, 우대금리 폐지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서 전세대출이 빠졌지만 연일 급등하는 금리로 차주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형국이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대출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서민들이 짊어져야 할 이자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부동산·결혼 준비 커뮤니티에는 ‘전세대출 금리가 언제 이렇게 올랐냐’ ‘전세대출 연장을 앞뒀는데 너무 불안하다’ 등의 게시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문제는 갭투자가 아닌 실제 살 집을 구해야만 하는 예비부부나 직장 문제로 이사를 가야 하는 서민들도 대출금리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초 2억원을 연 2.5%로 빌린 차주는 이자를 월 41만6000원 부담하면 되지만 최근 신규나 전세대출 연장으로 금리가 연 3.5%로 높아진 차주들의 경우 58만3000원으로 월 18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연간으로 하면 총 216만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전세대출은 대부분 6개월 기준 변동금리라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자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도 전반적인 금리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대출 혹한기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세입자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가뜩이나 전세매물이 줄고 보증금이 올라 주거비 부담이 늘었는데 대출 조건마저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가을 이사철에도 임대차 거래가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월세 거래는 9382건으로 올해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1만6696건)과 비교해봐도 43.80% 감소했다. 통상 가을철 전월세 거래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전셋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매물은 다소 늘었지만 매매가격이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어 전셋값 하락이 제한적인 탓이다. 사전청약과 높은 매매가격 때문에 앞으로 전세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올라 3주 연속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수도권(0.21%)과 지방(0.15%)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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