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테이블에 없기에 이곳에는 노트북을 펴는 사람도, 책은 읽는 사람도 없었다. 고객들은 숟가락으로 ‘크레마’(커피의 거품층)를 휙휙 저으며 함께 온 일행과 짧은 담소를 나눴고, 일부는 한입에 털어먹고는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다 마신 에스프레소 컵을 쌓아둔 사진을 올리곤 ‘#컵 쌓기’ 등의 해시태그를 다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카페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문을 연 에스프레소 바만 70곳이 넘는다.
◆‘국민 커피’ 아메리카노 다음은 진한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의 인기 원인으로는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MZ 세대 특성, 빠르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 강렬한 맛 등이 꼽힌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다는 이모(30)씨는 “연한 커피보다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털어 마시는 게 커피나 원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각성 효과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바는 일반 카페와 달리 공간이 적게 필요하고, 회전율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프레소 바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명 커피 체인점 중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가 국내 커피 체인점 최초로 ‘에스프레소 바’를 오픈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SPC 사옥에 있는 이 매장은 기존에는 평범한 커피 매장이었으나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되면서 지금은 서서 마시는 자리와 여유로운 테라스 공간이 더해졌다.
매장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로 바뀐 후 에스프레소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인 파스쿠찌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최근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시도”라면서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지만 직영 매장을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