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교육비 사상 최대.. 고1 평균 月 65만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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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우려로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았고,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1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월평균 65만5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21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실태를 파악해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공교육 내실화에 활용하려고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사교육비 얼마나 늘었나

20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9조4000억원보다 21.0%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큰 상승 폭과 관련해 “2020년 8월 방역강화 지침 등에 따라 학원이 문을 닫는 등 사교육 참여에 제한이 있었다”며 “이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75.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4.8%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국내 발발 첫해인 2020년에는 사교육 참여율이 67.1%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청소년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대면활동이 늘어나면서 사교육 참여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액도 36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그전 최고치였던 2019년의 32만1000원보다 14.2% 늘었다. 이는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해 낸 평균값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명당 월평균 지출액이 △초등학교 40만원 △중학교 53만5000원 △고등학교 64만9000원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값은 48만5000원으로 2019년 42만9000원, 2020년 45만원보다 많다.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을 기준으로 과목별 사교육비는 영어(월평균 22만5000원)가 가장 많았다. 이어 수학(20만7000원), 국어(12만2000원), 사회·과학(11만6000원) 순이었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영어나 수학뿐 아니라 국어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국어의 경우 전체 학생 기준으로 1인당 2019년 월평균 2만5000원을 사교육에 썼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31.5% 늘어난 3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사교육비도 큰 폭으로 늘었다. 1인당 월평균 온라인 사교육비는 2019년 7000원에서 지난해 1만3000원으로 76.1% 늘었다.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원격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과 무관치 않다.

◆사교육비 양극화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양극화도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정의 86%는 사교육에 참여했지만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절반(46.6%)도 사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서도 빈부격차가 컸다. 8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59만3000원을 썼지만 2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11만600원을 지출했다. 월평균 20만∼30만원을 지출하는 학생의 비중은 10.3%로 1년 사이 1.0%포인트 증가에 그쳤지만 매달 70만원 이상을 사교육에 쓰는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15.8%로 1년 전보다 3.0%포인트 늘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과학고·영재고, 외국어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고 지출액도 많았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88.8%가 사교육에 참여하면서 월평균 53만5000원을 썼다. 과학고·영재고 지망자는 87.3%가 월평균 51만6000원을, 외국어고·국제고 지망자는 87.2%가 49만4000원을 각각 지출했다. 반면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 희망 학생의 사교육 참여 비율은 78.6%였으며 이들의 월평균 지출액은 32만3000원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육 빈부격차 우려가 수치로 증명됐다”며 “학교가 문을 닫고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공백을 사교육으로 보완하려는 이들이 늘었지만 이마저도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사교육비 증가… 왜?

교육계 안팎에서는 입시제도 등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에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었다고 지적한다.

문재인정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대입 정시모집 확대로 방향을 트는 등 입시경쟁 기조를 유지했지만 학교는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수업에 차질을 빚는 등 학습결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가정도 사교육비 부담을 감수하며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부의 공교육 정책과 교육당국 전체의 실패”라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데 새 정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히려 정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도 “사교육비 증가는 대입 혼란과 2017학년도부터 유지되는 불수능 기조가 주요 원인”이라며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수능이 출제될 수 있도록 공교육 정상화 촉진과 선행교육 규제법에 국가가 주관하는 대입시험을 명시해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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