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서 이주민 차별 더 노골적”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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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 이주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국내 인종차별 근절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2.3.2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로 아침 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진 주말에도 이주인권단체들이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앞두고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이주민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난민인권센터,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단체는 2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옆 계단에서 ‘2022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단체들은 “한국은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헀지만 여전히 이주민이 겪는 인종차별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더 노골적인 인종주의가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소외돼 피해를 입었는데 이주민을 비롯한 소수자 권리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기 위해 이주인권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여는 발언을 맡은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UN이 3월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정한지도 56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한국에 살고 있는 200만명의 많은 이주민들이 국적과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며 “산업현장과 농어업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 이주여성들이 겪는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응웬반두 선원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E9 비자는 신청하기도 어렵고 과정도 오래걸려서 1만4400달러라는 큰 돈을 내고 선원비자(E10)를 받아 한국에 왔다”며 “하지만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체류기간 만료 후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오는 같은 외국인이지만 E10 비자를 받은 외국인만 최저임금이 다르고 돈을 더 내고 있다”며 “사장이 나를 폭행했던 사실도 관리업체에 말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말고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몽골에서 온 나랑토야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활동가는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한 세계 인권선언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 모였다”며 “하지만 한국에선 이주민들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고, 심지어 국가권력에 의해 정책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주여성 상담 현장에서 피해 여성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는지 여부”라며 “이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주여성과 그렇지 않은 폭력피해 여성의 지원제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왜 같은 피해자에게 국적을 따져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고문피해자로 알려진 외국인 M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살면서 감옥에 갇힌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불법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교도소에 갇혀 노예처럼 다뤄지고 수개월간 고문당했다”며 “과연 한국정부가 미국인이나 유럽인도 이렇게 대우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과 서구언론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환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프간, 시리아, 이라크인들에 대해서는 이중잣대를 들이민다”며 “새로운 나치들, 백인우월주의는 이 세상에 발붙일 곳이 없고,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날 인종차별 철폐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간 단체는 댄스퍼포먼스와 밴드공연도 펼쳤다. 이들은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3월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은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며 평화적 집회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시민 69명이 숨진 사건에서 유래했다. 1966년 유엔이 이날을 공식 기념일로 선포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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