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못구해 난리인데…"중국 말곤 대안 없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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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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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요소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4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 요소수 제조업체 출입문에 요소수 판매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요소수 공급난은 중국이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인데 사실상 중국이 수출 규제를 풀지 않을 경우 지금과 같은 공급난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입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수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1.11.4/뉴스1

중국발 요소수 대란에 정부가 망연자실이다. 뒤늦게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하고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임시방편을 내놨지만 그게 전부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 역시 전력난, 비료수급 불균형 등 내부상황이 만만치 않아 외교적 해결도 쉽지 않다. 수입이 성사될 때까지 임시방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차량용 요소수 재고는 한달여 분에 불과하다. 추가 수입이 없다면 다음달이면 국내 요소수 재고가 바닥난다는 뜻이다.

현재 요소수 대란은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중국이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 검사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면서 사실상 수출을 막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산업용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97%에 달했다.

요소는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유기화합물질이다. 정밀화학소재인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와 달리 농업·공업용 등 다양하게 쓰이는 범용화학소재로 흔하고 구하기 쉬운 품목으로 여겨졌다.

환경부는 5일 산업용 요소 또는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기환경과 국민건강 영향에 관한 검토를 거쳐 11월 셋째 주 초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요소수 품귀의 단기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꾸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에 SCR이 부착됐다. 300~400㎞ 주행 때마다 보충해야 한다. 이 경우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시동이 걸리더라도 제대로된 출력을 내지 못한다. 전체 등록된 경유차 981만5897대 중 SCR이 설치된 건 215만6249대로 파악되고 있다. 요소수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경유차 215만대 이상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여기에는 구급·소방·경찰차 등 긴급차량과 청소·물류 등 사회필수차량도 포함돼 있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경우 불순물이 없는 정제수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용의 경우 차량용에 비해 불순물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정제를 하더라도 차량용 만큼의 품질을 확보는데 시일이 필요하다. 게다가 산업용 요소수의 제고 조차도 2~3개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환경규제를 풀어 SCR 장착 차량이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도록 SCR 제어로직 개조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200만대가 넘는 차량에 일괄적용하기도 힘들고, 개조하는 데만 120만~150만원 정도 소요되는 등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사회적으로 필요한 긴급차량 등에만 한시적으로 만약 SCR 개조를 허용하는 것이 검토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수입선 다변화도 쉽지 않다. 현재 요소수 대란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지엽적인 사태가 아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지난 9월 말부터 독일 루트비히스하펜와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최근 유럽 전지역에서 벌어진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것이다. 최근엔 헝가리에서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해 수십만 명의 디젤 차량 소유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슬로바키아 인근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요소수 공장도 지난달 요소수 생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는 러시아 등에서 요소를 긴급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역시 1~2개월 정도 시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중국이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지만, 중국의 사정도 녹록치 않다. 중국의 경우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이 중단되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했고 전력난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요소 등 비료 물질 생산이 위축되면서 겨울철 밀농사를 앞두고 화학비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규제도 이러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통제로 화학비료 및 수출이 억제되고 중국내 재고는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 내 비료 및 요소 생산 회복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현실적 대안이지만 단기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정부로써도 뽀족한 해법이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매일 요소수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동시에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국내 요소수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도로 청와대 내 비서관실이 공동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다.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하고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의 관련 비서관들이 팀원으로 참여한다. 요소수 수급 안정 시까지 일일 비상점검체제로 운영되며 경제·산업·국토·농해수·기후환경·외교 등 관련 분야별로 주요 대응실적을 점검하고 대응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TF 운영은 소·부·장 대응체계와 동일한 경제·외교가 종합된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산업계·물류업계 등과의 협력체계, 중국 등 요소 생산국과의 외교협의 등 다양한 채널의 종합적인 활용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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