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값, 통계청 매달 78가구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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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전월세 상승률 왜이리 낮나 했더니.. 표본 수 적은 ‘허망한 통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가격 상승세가 둔화 양상을 보이며 전국적으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 대비 전국 1.05%, 수도권 1.27% 올랐다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1.10.25. bjko@newsis.com

통계청이 매달 소비자물가에 포함되는 전·월세 상승률을 집계할 때 조사 대상으로 삼는 표본 가구 수가 전국적으로 1만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주택 가격 통계를 조사해 발표하는 KB국민은행(3만6300가구)이나 한국부동산원(4만6170개)보다 표본 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통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구 수가 398만에 달하는 서울의 경우 통계청 표본은 1879곳으로 0.05%에 불과하다. 전·월세 계약이 통상 2년마다 한 번씩 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5구가 있는 서울에서는 매달 평균 78가구(1879가구를 24개월로 나눈 것)의 가격 변동만으로 전·월세 상승률을 계산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 형태가 아파트와 단독·연립주택 등으로 다양하고 주택마다 면적이 다른 점 등을 감안하면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31개 시군이 있는 경기 지역은 수원·성남·의정부·안양·부천·용인·안산·고양 등 8개 도시 1315가구가 조사 대상이다. 매달 55가구의 전·월세 가격 변동이 전체 가격 상승 폭을 좌우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조사 표본수

◇통계청은 2.4%, KB는 11.4% 상승

31일 통계청이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은 전국을 38개 권역으로 나눠 1만692가구를 조사해 전·월세 가격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1879가구), 부산(740가구), 대구(609가구), 인천(598가구), 광주(602가구), 대전(600가구), 울산(464가구) 식이다. 경기 8개 시, 강원 3개 시(춘천·원주·강릉), 충북 2개 시(청주·충주), 충남 3개 시(천안·아산·서산), 전북 3개 시(전주·군산·익산), 전남 3개 시(목포·여수·순천), 경북 4개 시(포항·경주·안동·구미), 경남 3개 시(진주·창원·김해)에서만 표본 가구를 두고 전·월세 추이를 조사한다.

통계청은 9월 전국 전세 상승률이 2.4%라고 발표했다. 같은 달 KB국민은행은 전국 전세 가격이 전년 9월보다 11.4% 올랐다고 집계했다. 양측의 집계가 9%포인트 차이 나는 것은 조사 방법의 차이이기도 하다. 통계청은 대상 가구의 전·월세 부담을 조사하지만, KB는 협력 중개업소에서 실거래가와 호가를 취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체 가구의 15.1%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 방식에서 살고 있으며, 전세가가 2년 동안 고정되기 때문에 체감보다 집세 상승률이 낮은 효과도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적은 표본 수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표본 수도 적고 한 달에 서울 지역 78가구가 전·월세가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있으니 현장 전문가들도 정부 통계가 아닌 KB나 부동산114와 같은 민간 업체 통계를 쓰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KB의 서울 표본 수는 7920가구로, 통계청의 4.2배다.

◇”전·월세 조사 표본 수 늘려야”

그동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7월 조사 표본을 2만8360개에서 4만6170개로 대폭 늘린 후부터 주택 가격 상승률이 KB와 비슷해졌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집값이 안정되어 있는 시점이면 표본이 적거나 집값이 소비자물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집값이 빠르게 뛰거나 혹은 꺾이는 시기에는 실제 물가가 한참 뒤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통계청 물가 통계에 전·월세만 있고, 전체 주택 점유의 58%를 차지하는 자가의 주거비 부담은 빠져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신 통계청은 ‘자가주거비 포함지수’를 보조 물가 지표로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따로 집값을 조사하지 않고 전·월세 상승률을 그대로 갖다 쓴다. 이 때문에 9월 자가주거비 포함지수는 2.3% 올라, 9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통계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면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국민연금 지급액 등 많은 국가 정책의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과소 추정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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