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KBS 중견 앵커의 대기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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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주요선거서 개표방송 진행 박태서 앵커
“세대 교체 필요…저널리즘 변화 따라가기 버거워”
일각 ‘꽃길만’ 비판도… 박태서 “제2의 인생 도전”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박태서 KBS 앵커가 KBS를 퇴사하고 기업으로 이직할 전망이다. 박 앵커는 지난 7일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는 10일자로 수리됐다.

박 앵커는 14일 통화에서 “지난주 사표를 제출했다. 입사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 조심스럽다”고 했다. KBS 안팎에서는 박 앵커가 SK로 이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들이 대관·홍보 업무를 위해 유력 언론인을 영입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어떤 보직으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주목된다.

박 앵커는 21대 총선(2020년)과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지난 3월 대선 등 굵직한 선거 때마다 KBS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2019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일요일 오전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를 진행했다.

▲ 박태서 KBS 앵커가 KBS를 퇴사하고 기업으로 이직할 전망이다. 사진=일요진단 화면 갈무리.

박 앵커는 “저널리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를 따라가는 게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KBS에 세대 교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오래된 고민”이라며 “내가 갖고 있는 취재 경험과 네트워크와는 다른 분야인 경제 쪽으로 진출하는 상황인데, 제2의 인생으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운이 좋아 굵직한 선거에서 개표방송을 진행했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계속 맡게 되면서 후진 양성에 소홀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내가 나간다면 그 자리를 더 좋은 인재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앵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KBS 체제·보직자들을 비판하는 등 2017년 KBS 공정방송 파업에 적극 참여했다.

이 때문에 보수성향 노조인 KBS 노동조합은 “양승동 전 사장 체제 5년간 보도 참사와 불공정 방송에 암묵적 동의하고서 꽃보직을 두루 섭렵하다가 굴지의 대기업으로 가는 것에 어떠한 거리낌도 없느냐”고 비판한다.

대기업에 새 둥지를 튼 언론인들이 재벌 총수의 부정적 이슈를 막기 위한 대관·언론 대응 창구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박 앵커가 기존 언론인 출신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새 역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 앵커는 “올해 대선 때도 대선 토론을 진행하는 등 오랫동안 선거 방송을 맡아왔다. 내가 특정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정치권으로 직행했다면, 폴리널리스트라는 비판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제 분야로 가는 건 비교적 그런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4년 공채 20기로 KBS에 입사한 박 앵커는 뉴욕특파원, 대외정책국장,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정치국제주간, 시사제작국장, 해설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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