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공개 막으려던 이유 있었네…구역질나는 실체, 충격의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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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 \’나는 신이다\’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반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공개와 함께 화제다. ‘충격’ ‘경악’ ‘환장’ 등의 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이 강렬한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 했다. 주요하게 등장하는 기독복음선교회(JMS)와 총재 정명석이 이 프로그램의 공개를 막아달라며 넷플릭스와 제작사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 하루 전인 2일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MBC와 넷플릭스는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료만으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나는 신이다’를 1분만 봐도 왜 JMS와 정명석이 그토록 공개를 막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다큐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스스로 신을 자처하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네 명의 사람들과 고통받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재연 등을 통해 그린다. JMS 정명석, 오대양의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이 네 주인공이다. 사이비 및 이단 논란, 끔찍한 범죄 혐의 등으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름들이다.

제작진은 총 8부작 가운데 초반 3회를 JMS와 정명석에 할애했다. 정명석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련의 여신도 성폭행으로 이미 징역 10년을 산 인물.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정명석의 또다른 성폭력 당시 육성 녹취는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싶을 정도로 뻔뻔하고 노골적이다. 정명석이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20대인 해당 피해자는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에도 나섰다. 제작진은 그녀가 다른 여성에게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녹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는 설명을 더한다.

다른 회차라고 수위라고 덜하지 않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과 사건들이지만 2023년 ‘나는 신이다’의 작심한 고발과 폭로는 이전과 전과 다른 충격과 감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에 일가견이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는 다른, MBC 시사교양국 및 ‘PD수첩’ 스타일의 묵직하고도 직선적인 돌직구가 돋보인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된 MBC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아낌없이 활용했는데, 지상파 TV로는 공개하기 어려웠을을 수위의 자료도 상당하다.

덕분에 뉴스 등을 통해 어렴풋이 접했던 문제적 인물들의 추악한 실체와 천인공노할 만행이 충격적이고도 실감나게 드러난다. 여기에 ‘메시아들’의 실체를 알리러 나선 피해자들과, 양심선언에 나선 내부자들, 집념의 추적자들이 남긴 용기있고도 생생한 증언이 먹먹함과 폭발력을 더한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스틸. 제공|넷플릭스

반면 그렇기에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이라는 비판도 타당하다. 물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데다 매 에피소드마다 첫머리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엄중한 경고가 붙어있다. 허나 마음을 굳게 먹고 봐도 구역질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교주들의 단골 레퍼토리인 성착취·성폭력 피해 묘사는 특히 구체적이고, 8부까지 이어서 지켜보다보면 반복된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같은 범죄 행위를 자료와 증언을 통해 상세히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 반면 사이비가 활개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그들에게 빠져드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과 진단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그럼에도 그리고 자칭 메시아들의 ‘현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반추하게 하는 용기있는 고발은 박수받을 만 하다. ‘나는 신이다’에도 등장하는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의 1999년 MBC 습격사태에서 보듯, 이들 사건들은 본격 고발 보도가 이뤄질 때마다 격렬한 반발에 부딪쳤다. 2001년 ‘그것이 알고싶다’의 아가동산 편은 법원이 방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용기있게 다시 카메라를 들이댄 제작진은 이들의 범죄행위를 보여준 뒤 그들이 어떻게 법망의 허점을 파고들었는지를 빠뜨리지 않고 보여준다. 지은 죄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벼워 보이는 형량도 짚는데, 씁쓸한 뒷맛이 오래 간다.

구역질을 참아가며 8부작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사이비 교주에겐 대한민국이 꽤 살기 좋은 나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2년을 매달려 프로그램을 완성했다는 연출자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를 공개하던 날 JMS 탈출 카페에 남긴 글엔 이런 대목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자신이 메시아라고 하는 사람이 100명 넘게 있다.” 시즌2, 시즌3… 소재는 충분할 것 같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넷플릭스)

8부작(총 392분45초). 3월3일 전편 공개

연출 조성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 SPOTV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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