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강기영, ‘서브 아빠’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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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기영. 사진 나무엑터스

요 며칠 배우 강기영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소속사에 따르면 단 1회 출연으로 벌써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의 지금까지 행보를 생각해봐도 그렇고,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의 드라마에 출연한 상황을 봐도 그렇다. 조금은 섣부른 예상이지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의 입지를 바꿔줄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지난달 29일 ENA 채널에서 첫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빠른 시간에 7월 안방극장에서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됐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아역 때부터 기반을 다진 주연 박은빈의 호연과 법정물과 로맨스, 판타지의 느낌을 고루 섞은 장르의 단단함 등이다. 하지만 우영우(박은빈) 변호사를 둘러싼 인물들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 강기영은 이 작품에서 정명석 시니어 변호사, 이른바 ‘정변’을 연기한다. 정변은 극의 배경이 되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팀장으로 일군의 변호사를 이끄는 리더다. 그는 처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의 모습을 탐탁지 않아 했고 심지어 첫 회에서는 그의 채용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기영. 사진 ENA

하지만 그는 우영우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사건에 따라붙는 끈기가 있고, 발상도 창의적이라는 점에서다. 자폐가 있는 우영우가 조금씩 세상과 접하는 지점에서 정변은 우영우의 멘토이자 스승, 조력자로 분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여느 드라마의 멘토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 지점이 드라마가 현실성을 획득하는 원인이 됐다. 과거 드라마에서 그려진 멘토들은 고집이 세거나 강직한 면모를 갖고 있다. 그래서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설정이다. 주인공은 이 멘토에게 처음에는 타박을 받지만 점차 갖은 고난과 시련을 거쳐 멘토에게 인정을 받는다.

이후부터 멘토는 주인공에게 끊임없는 지지를 보낸다. 멘토의 마음에 들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주인공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드라마의 멘토였다. 하지만 강기영의 정변은 조금 다르다. 물론 마음을 여는 것은 비슷하지만 정변의 방식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이고 선이 분명하다.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기영. 사진 ENA

정변은 드라마 1회에서 다리미 살인미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을 형사가 아닌 민사로 봐야한다는 우영우의 주장에 빠르게 자신의 주장을 접고 사과까지 한다. 보통 잘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4회에서 친구 가족의 문제를 회사로 들고 온 우영우에게는 “승소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맡지 않겠다고 한다. 이 역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멘토와는 다르다.

정변은 극 중 우영우를 지지하지만 이는 순전히 자폐인 주인공에 대한 동정이 아닌 능력에 대한 신뢰다. 이 능력과 관련되지 않은 점에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하지만 3회에서 자폐가 있다는 이유로 의뢰인에게 기피당하는 상황이 생기자 우영우를 거들고 나선다. 이러한 신선한 지점이 시청자들에게도 다가왔다. 이미 극 중 아빠 우광호(전배수)가 있는 우영우에게 시청자들은 정변을 ‘서브 아빠’ ‘오피스 파파’로 부르며 지지하기 시작했다.

강기영의 연기여정은 최근 주목받는 많은 연기파 배우들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연극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2013년 즈음부터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연기를 시작했다. 도회적인 외모 때문에 주로 전문직 근무자로 등장했다. tvN ‘오 나의 귀신님’의 허민수 쉐프, ‘W-두 개의 세계’의 레지던트 강석범, 그 이후 ‘김비서가 왜 그럴까’ ‘아는 와이프’ 등에 연속으로 등장했다.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 역을 연기 중인 배우 강기영. 사진 나무엑터스

무대에서 다진 탄탄한 발성과 발음 때문인지 아직은 전문직이 어울리는 이미지이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캐릭터의 내면을 다층적으로 펼칠 기회를 잡았다. 다행히 시청자들도 그러한 그의 능력에 대해 조금씩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는 극을 끌어가는 능력을 검증받았으며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안방극장에 처음 나타난 ‘서브 아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강기영의 여정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큰 주목을 받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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