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광효과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쓰면 ‘Halo Effect’인데,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어느 한 측면의 특질이 다른 특질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애당초 후광이라는 것은 여러 종교 지도자 그림에서 머리 뒤에 둥글게 뜬 빛을 말하는데, 본질을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쓰인다.
자동차에서 후광효과 이야기가 나온다면 대체로 브랜드 마케팅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특히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노력이나,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고성능 모델과 브랜드를 내놓을 때 그렇다.

예로부터 “일요일에 우승하고 월요일에 차를 판다”는 말은 진리로 통했다. 물론 지금은 레이스카와 똑같은 차를 살 수 없지만,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을 탄다는 것만으로 오너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판매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 대부분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성능 모델 혹은 고성능 전용 브랜드를 갖춘 이유다.
이런 고성능 브랜드는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어진다. 맨 위 정점에 있는 모터스포츠를 시작으로 바로 아래에는 고성능 브랜드 전용 모델이 있다. 밑으로 내려오며 양산 모델과 달리 엔진과 차체 모두를 바꾼 고성능 모델, 디자인과 서스펜션 정도만 다른 패키지 모델이 있고 제일 아래에는 액세서리와 부품이 자리한다. 메르세데스 AMG를 예로 들면, 몇 년째 종합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 F1 등의 모터스포츠, AMG 전용모델인 GT, 메르세데스 양산차의 고성능 모델인 63 AMG와 같은 AMG 패키지 모델, AMG 파츠 등으로 내려온다.
국내에는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이 있다. N 브랜드는 2015년 9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 고성능 차에 대한 연구는 2012년 시작된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은 미드십 차를 만들며 선행 기술 연구를 했고, 그 결과로 2014년 부산 모터쇼에 RM14을 내놓았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RM20e는 네 개의 전기모터와 60kWh의 배터리를 얹어 최고출력 810마력을 내는 슈퍼카 급이다.

모터스포츠에서의 성취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본격적으로 WRC에 복귀하면서 그해 독일에서 열린 랠리에서 첫 우승을,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양산화한 고성능 모델로는 2017년 7월 처음 나온 i30N부터 벨로스터 N과 i30N 패스트백, i20N을 거쳐 코나 N과 최근의 아반떼 N까지 모두 여섯 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해치백, SUV와 세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디 스타일의 고성능 모델을 갖추게 된 것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나온 아반떼 N은 초기 N 모델들의 완성품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 내연기관 시대를 끝까지 이끌어갈 현대차의 3세대 모듈러 플랫폼과 두 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WRC에서 가져온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지금의 성능을 이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시작부터 10년, 짧은 기간에 이룬 성과로는 대단한 결과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무조건 고출력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성능과 감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N 브랜드의 철학은 납득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바퀴굴림 구동의 한계는 명확하다. 또 아이오닉 5의 N 모델 출범 소식이 들리는 것에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연기관을 얹은 N 브랜드 전용 모델에 대한 목마름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오닉 5의 N 모델보다 RM 시리즈로 쌓은 노하우가 담긴 미드십 스포츠카를 보고 싶다. 기왕이면 쿠페뿐 아니라 컨버터블이 있다면 더 좋겠다. 수소연료전지나 배터리를 얹은 N 모델들은 확실히 빠르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그간 내연기관으로 이어온 현대차의 50여 년 역사를 마무리할 멋진 N 전용 스포츠카를 기대한다. 엔진 달린 자동차를 좋아해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의 작은 바람이다.
CREDIT
EDITOR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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