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도 싫어” 태국, 한국여행 금지 태그 100만개…그들은 왜 등을 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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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텐아시아=윤준호 기자]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부 태국인들이 한국 K팝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SNS 통해 ‘한국 여행금지’ 해시태그가 확산하는 등 ‘한국 혐오’ 정서로 번지는 모양새다. K팝이 동남아시아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반작용격으로 반한 정서가 불거지자 관련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태국 엑스(X·옛 트위터)에 100만건 이상 올라왔다. 앞서 현지 매체들은 한국이 태국인의 입국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입국심사 과정에서 태국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한국과 태국은 현재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관광이 목적이라면 태국인은 한국에서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태국인의 불법체류 비율이 80% 가까이 되는 등 출입국 문제가 반복되면서 한국 법무부는 태국인을 상대로 한 입국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 

일부 태국인들은 한국 관광을 위해 사전 계획을 세워놨지만, 입국을 거부당한 경험담을 전했다. 한 태국인은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이번 여행을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른 태국인은 “출입국관리소에서 한국에 네 번이나 관광을 왔는데 아직도 부족하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경험은 ‘K팝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태국인 A 씨는 입국 심사 당시 ‘왜 한국에 온 거냐?’, ‘팬 사인회 입장권은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고, 입장권 영수증과 귀국 항공권, 걸그룹의 앨범까지 보여줬다고.

이어 “입국 심사 직원이 ‘앨범은 누구나 산다, 그 행사에 간다는 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한국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며 분노했다.

한국을 찾는 태국인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3월 방한 태국인은 4만3084명이다. 코로나 시기와 비교해서는 81.1% 회복한 수준이다. 7월과 8월에는 50%대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을 찾는 태국인은 늘었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한국보다 태국 관광객을 1.78배 더 유치했고, 지난 5월에는 2.6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해당 사안이 감정적 싸움으로 번지자 양국 정부가 나섰다. 태국 세타 총리는 지난달 31일 “태국인이 지속해서 한국에서 입국 거부되고 추방되는 문제에 대해 짜끄라퐁 생마니 외교부 차관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리 법무부 역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K팝에 있어 동남아시아 시장은 미래 먹거리다. 동남아시아는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르고 K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다. 문화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플러스만큼 마이너스적 요소도 있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 일부는 국민들이 외교적·정치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일관계가 악화돼도 일본인들이 K팝을 꾸준히 사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때문에 K팝의 동남아 진출, 더 나아가 세계화 과정에서 이 같은 사례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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