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짜리 전세 올해 15건 계약..전세도 거래절벽 속 신고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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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임대차3법에 대출규제 등이 겹치면서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하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세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출규제로 인한 아파트 시장 양극화 현상이 전·월세 시장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15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거래지수는 9.8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거래지수는 전세 시장의 거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이번 조사에서 서울 공인중개업소 10곳 중 9곳이 ‘거래가 없고 한산하다’고 답한 것이다. 이 지수는 임대차법 개정 직전인 지난해 6월 43.3에서 8월 26.1로 급감한 후 계속 내림세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 시장 심리지수는 111.2를 기록해 상승세를 끝내고 보합 국면으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유형별 매물 변동.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거래 유형별 매물 변동.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 전세 거래량은 9월 6815건, 지난달 7458건이다.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9~10월이 전세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임을 고려해도 전세 계약 시점인 2년 전보다 30%가량 줄었다. 2019년 9월 전세 거래는 9411건, 10월 1만2378건이었다. 반면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6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2만5923건보다 14.3% 늘어난 수치다. 월세 물건도 한 달 전보다 13.4%(1만6167→1만8331건) 증가했다.

가격도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전세거래가 뜸한 서울의 경우 지난달 주택 전셋값이 0.48% 오르며 전월(0.54%)보다 오름폭이 감소했다.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수요가 전보다 줄어든 데다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매매, 전세할 것 없이 부동산 거래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대출은 아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지만, 전세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주는 등 제약이 많다.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강남3구, 용산구, 성동구 등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전세 보증금이 치솟고 있다. 거래절벽 이 지속하는 가운데 최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매매 시장의 흐름과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222.76㎡(25층)는 지난 1일 보증금 40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기존 전세 보증금 최고가는 지난 5월 36억원(7층)이었다. 이렇게 보증금 40억원 이상인 임대차 거래는 올해만 15건(반전세 2건 포함) 이뤄졌다.

지난달 12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78.94㎡(21층)는 보증금 40억원에 월세 300만 원짜리 임대차 계약이 등장했다. 지난 9월 3일 성동구 성수동1가 트라마제 전용 84.82㎡(38층)의 전세가 보증금 25억원에 거래되면서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에서 전용 85㎡ 이하 보증금이 20억원 이상인 단지는 9곳, 15억원 이상은 58곳으로 늘었다.

11월 서울 주요단지 전세 최고가 거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1월 서울 주요단지 전세 최고가 거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최근 이런 고가 전세에 대해서도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거치는데 현재 보증금 상한선이 없는 곳은 SGI서울보증이 유일하다. 금융업계에서는 보증 상한액을 15억원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가 임대차3법 이후 증가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을 더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증금은 고가 전셋값 아래로 맞추고, 초과 금액을 월세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한편에선 초고가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아파트를 살 수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 출퇴근 등을 위해 강남 등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며 “전셋값이 더 오르더라도 수요가 지속해서 유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사람만 고가 전세에서 살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대출규제가 결국 현금 부자보다 서민에게 더 큰 타격을 주는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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