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촉진시킨 ‘요소수 불똥’.. “비싼 수업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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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범용 물질로 여긴 요소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온 나라가 요소수 공포에 떨었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온 나라가 요소수 공포에 떨고 있다. 최악의 경우엔 ‘움직이는 모든 것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단지 범용 화학물질로 여긴‘요소’(urea·尿素)가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칠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요소수 대란’은 중국과 호주의 무역갈등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형국이다. 하지만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더이상 국내에서 만들지 않아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당시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이 나프타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암모니아를 다시 요소로 만드는 방식으로 국내 생산(연간 생산량 33만톤)했다. 그러다가 중국이 값싼 석탄에서 대량으로 요소를 만들어내면서 가격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결국 수백억원대 적자가 쌓여 국내 생산을 포기했다. 요소는 석탄, 천연가스, 원유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한 다음 다시 가공해야 얻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비료용 등을 포함해 총 83만5615톤의 요소를 수입했다. 이중 중국산이 66.1%였다. 산업용 요소의 경우 올 들어 중국산 비중이 97%까지 치솟았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요소 최대수출국은 인도(48.2%)이며 한국(13.3%)은 그다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수입선이 좁아진 점도 한몫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갖춘 곳에서 해당 제품을 수급하는 것은 경제 논리로 보면 당연한 것일지라도 요소의 경우 중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 이번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고 본다.


도대체 요소수가 뭐길래… “미래차 공급망도 살펴야”


요소수는 요소의 수용액이다. 이른바 ‘화장실 냄새’를 유발하는 암모니아에서 화학변화한 성분에 물을 섞은 것일 뿐이지만 최근 관심이 늘어난 배경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있다.


이동수단의 경우 유로5, 유로6 등 ‘유로X’ 환경규제에 따라야 한다. 유럽연합(EU)이 정한 유해가스 배출기준으로 숫자가 높아질수록 기준이 엄격해진다. 현재는 실주행조건에 초점을 맞춘 유로6 D 규정이 시행 중이다. 이보다 훨씬 깐깐해진 기준을 앞세운 ‘유로7’ 적용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관련업계가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로5는 배출가스의 입자상물질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종류와 배출량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짐을 싣고 다니는 탓에 연료소비와 배출가스가 많은 대형트럭은 이때부터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를 적용했다. 승용차 등은 질소산화물(NOx)에 초점을 맞춘 유로6부터 탑재를 시작했다. SCR장치는 이론상 질소산화물을 99% 이상 제거할 수 있는데 그만큼 많은 양의 요소수가 필요하다. 공간 제약 탓에 일반적인 승용차의 경우 80% 이상 저감을 목표로 설계되는 게 보통이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질소와 산소는 공기 중에서 자연 화합하지 않는다. 엔진이나 소각장 등 높은 온도에서 섞이며 이때 생성된 물질이 질소산화물이다.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비에 섞여 내릴 경우 토양을 오염시키는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해물질이다. 요소수는 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다시 분해해 무해한 물질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올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요소수의 국내 유통가격은 ℓ당 1000원 미만이었다. 요소수 대란이 시작된 10월 중순 이후 ℓ당 만원 이상까지 치솟았다. 석탄 부족을 겪는 중국이 10월15일부터 요소의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면서부터다. 관련업계에서는 연간 550만톤의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이 자원안보를 이유로 고작 2만톤 수출을 막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후 새로운 요소 수입선을 찾아 나선 요소수 생산 업체들은 러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내년 1월이면 원재료를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올 12월이었다. 11월 생산중단 시 12월 중순이면 시중에 유통되는 요소수 재고가 바닥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시중에 요소수가 다시 풀리기까지 한 달여 동안 물류대란을 넘어 이동하는 모든 것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단지 디젤 화물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국내 등록된 경유 화물차 중 SCR이 적용된 차종은 약 20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운행 중인 고속버스의 절반도 SCR장치가 탑재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단속을 시작했고 하루 만에 요소수 3000톤을 쟁여둔 업체를 적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외부 요인으로 요소수 문제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 사재기 등 유통질서가 무너진 것도 이번 대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확보된 요소는 요소수 반년치에 달한다. 롯데정밀화학은 10리터 페트병 제품 생산도 재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거울삼아 요소수 외에 미래차 관련 공급망과 유통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수소충전소 설비는 해외업체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전기차 충전소도 설비 고장이 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요소수 수업료의 대가… 더 서둘러야 할 전동화


요소수를 사기 위해 길게 줄 선 시민들 /사진=뉴스1 DB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요소수 사태로 자동차의 전동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요소 수입이 정상화되더라도 결국 특정 물질이 수송부문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그동안 ‘과속’ 논란을 빚은 정부의 탈탄소 정책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기존 26.3% 감축에서 대폭 상향하는 방향으로 심의·의결해 정부에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10년이 2050년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위원회에 따르면 주요국의 연평균 감축률(기준연도→목표연도)은 한국 4.17%, 일본 3.56%, 미국과 영국 2.81%, 유럽연합(EU) 1.98%다. 이를 위해 수송부문에서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바이오디젤 혼합률 상향 등을 통해 2018년 9억8100만톤에서 2030년 6억1000만톤으로 37.8% 감축하는 게 목표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제네럴모터스(GM), 폭스바겐그룹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자동차,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소개하며 미래 전동화 비전을 앞다퉈 발표했다. 전기차 전용 설계 및 생산방식을 통해 다양한 차종을 만들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 전동화 자동차 위주로만 차를 만들어 팔겠다는 것이다.

전동화는 화물차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선 특히 화물차 중에서 1톤 소형트럭의 경우 최근 전기트럭에 관심이 크게 늘었다. 정부 구매보조금 16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 기준 최대 240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포터EV의 실 구매가격은 1600만원대로 낮아진다. 올해까지 차를 받을 경우에 국한된 얘기지만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1톤 전기트럭은 1만799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연간판매량 1만4394대를 이미 추월한 상황. 이 같은 분위기에 대형 화물차 사이에서도 전기트럭이나 수소전기트럭 등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퓨얼셀’을 출시,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다임러와 볼보트럭 등은 수소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범용 물질인 암모니아와 요소를 국내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태가 해결되고 수입선이 다변화되면 결국 다른 국가와 가격 경쟁력 차이가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이번 요소수 사태가 빚은 비싼 수업료는 자동차 전동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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