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깜깜이’ 발표에..주민반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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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지자체 ‘2·4대책’ 반기 파장
정부, ‘주민 50% 동의’ 밝혔지만
도봉구 “토지 소유주들이 반대”
주민들 “매매·전세 다 막혀”
지방선거 앞두고 반발 확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재개발에 대해 서울 도봉구청이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을 이유로 후보지에서 제외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인 방학2동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2·4 대책 후보지에서 사업 반대 여론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의 후보지 제척 요청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로서는 공공 주도 개발사업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8차례에 걸쳐 82곳(지난달 1일 당정 발표 물량 포함)의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결집돼 사업 철회를 요청한 곳만 9곳에 달한다. 각 후보지의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전국 연대인 ‘3080공공주도반대연합회’가 결성돼 있고, 현재 29곳의 후보지가 합류해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봉구청은 국토교통부에 ‘방학초교 인근’ 후보지에서 주민 반대가 극심한 곳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봉구청은 정부에 “방학초교 인근 후보지 내 방학동 663 일대 구역에 대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반대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독주택 및 상가 소유자가 많은 이 구역은 주민들의 사업 반대가 극심해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바 (후보지) 제척을 건의하니 조속히 회신해 주기 바란다”고 알렸다.

정부는 방학초교 인근에 889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이 지역은 국토부가 주민 동의 50%를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사업에 대한 주민 열의가 높은 곳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방학초교 인근 토지 등 소유자들이 연명부 형태로 사업 반대 의견을 구청에 보내왔고, 구청은 주민 반대가 심해 사업 추진이 어려우니 후보지에서 제척해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후보지 철회를 늦출수록 토지 등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는 제약이 생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에서 지난 6월 29일 이후 등기한 주택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 대상이다. 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지만 각 후보지에서는 현금 청산 우려로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묶여 있다. 사업이 가시화하면 이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후보지에서 사업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은 주민 차원에서만 이뤄졌다. 국토부는 사업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에 묵묵부답인 상태다. 국토부 도심주택공급총괄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찬반 여론을 고려해서 후보지 사업 진행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며, 앞서 발표된 후보지에 대한 제척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에 민감한 지자체들의 추가 사업 철회 요청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비업계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1253가구)과 신길4구역(1199가구) 등 9개 후보지에서 주민들이 국토부에 사업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각 후보지에서의 주민 반발은 예고된 결과였다.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정부는 ‘일방통행’식으로 후보지 선정을 밀어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 입장에서도 후보지 곳곳에서 일어나는 주민 반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LH 땅 투기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계기로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불신도 상당한 편이라 난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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