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사장 곧 취임..대표 정책 ‘반값아파트’ 벌써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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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시민단체 출신인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오는 15일 공식 임명될 전망이다. 전임 김세용 사장이 4.7 보궐선거 당일 사임한 이후 7개월 만에 빈자리가 채워지는 셈이다.

이전 후보자 낙마와 오세훈 시장과 시의회의 대립으로 전례 없는 3번째 공모를 거쳐 SH사장에 오르게 된 김 후보자는 토지임대부,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의 대표 정책인 토지임대부 반값아파트는 공급 후보지에서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오세훈 시장 15일 임명안 결제할 듯…토지임대부 주택 후보지 반발 확산

14일 서울시, SH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르면 15일 김 후보자 임명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시의회는 지난 12일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오 시장에게 송부했다. 인사청문회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SH 사장직이 장기 공석이었던 만큼 오 시장이 서둘러 임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오 시장이 요로결석에 따른 복통으로 긴급 입원하면서 임명안 결재가 미뤄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께서 15일 정상 출근해 청문보고서를 최종 검토하고 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며 “공공주택 공급 등 SH공사 기능 정상화 차원에서도 신속히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SH공사도 금주 초 사장 취임식을 예상하고 관련 실무를 준비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땅은 공공이, 건물은 수분양자가 소유권을 갖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공급해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비와 SH 이윤을 고려하면 강남권은 5억원대, 주변 지역은 3억원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방식으로 강남권 등에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게 김 후보자의 생각이다. 그는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강남구 대치동 세택(SETEC) 및 수서동 공영주차장 부지 등을 신규 토지임대부 사업지로 거론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도시기능은 외면한 채 주택공급에만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라고 밝혔다. 혁신파크는 3호선 불광역 앞 옛 질병관리본부 부지로 2015년 서울시가 매입했다. 은평구는 11만㎡ 규모 부지에 서울시립대 캠퍼스와 혁신기업, 상업·업무시설 등 당초 계획한 복합개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이어 이번에 대치동 세택과 수서 공영주차장까지 토지임대부 신규 사업지로 거론된 강남구도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앞서 정부의 서울의료원 부지 공공주택 3000호 공급 계획도 반대하며 행정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도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계획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곳은 당초 700가구 신혼희망타운과 600가구 민간분양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최근 시가 600가구 민간분양 계획을 토지임대부 등 공공분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달 현장을 찾아 “원안대로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사진=머니투데이DB

반전세, 반쪽아파트 지적…재건축 어렵고, 공급량 부족 등 해결 과제 남아

김 후보자와 달리 시장과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미래는 밝지 않다. 매달 별도 토지임대료를 내는 사실상 ‘반전세’ 주거 형태인 데다 노후화되면 재건축이 어렵고,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할 땅도 부족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호평 시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토지임대료가 월세와 뭐가 다르냐”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3.3㎡당 550만원에 공급하는 반값아파트를 예시하며 매월 토지임대료 40만원을 따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평균 분양가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땅값이 비싼 강남권은 임대료 부담이 훨씬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이 어렵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시내 첫 토지임대부 단지인 용산구 ‘시범중산’ 아파트는 1971년 준공돼 올해 입주 51년차를 맞은 노후 단지로 입주민들은 수 년전부터 재건축을 원했지만 땅 소유주인 서울시가 100% 동의율을 요구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건축 추진을 위한 동의율을 낮춰도 토지보상비 책정 등 추가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남아 있다.

근본적으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공유지에 짓는데 서울은 가용토지 한계로 대량의 주택공급에 한계가 있다”며 “분양가를 낮춰 폭리를 막으면 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가 실현되려면 대량 공급해야 하는데, 소규모로 분산 공급되면 분양가를 아무리 낮춰도 인근 시세에 맞춰지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후보자의 ‘내로남불’ 행보도 논란이 이어진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재건축을 반대하는 원칙을 밝혔지만 정작 본인이 실거주 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자격으로 동의서를 제출한 까닭이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선 “본인 아파트부터 토지임대부로 재건축한다면 진정성을 믿겠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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