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해외 생산, 외국기업은 일감 안줘.. 전기차 일자리 없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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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현대차(005380)그룹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수출해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현지에서 판매할 자동차는 현지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000270)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일부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현대차가 전기차 현지 생산·공급 체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조선일보 DB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물량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됐지만, 외국투자기업의 전기차 생산 일감은 좀처럼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국내에 자동차 생산 기지를 둔 GM과 르노그룹이 높은 생산비를 이유로 국내 공장에 전기차 일감을 배분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 자동차 산업에 이례적으로 큰 장(場)이 섰지만, 한국에서는 전기차 생산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2인자인 스티브 키퍼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방한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본사가 한국GM에 새로운 전기차 물량을 배정할지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GM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공장에서는 아직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키퍼 사장은 지난 12일 “5년 내 한국 시장에 10종의 전기차를 소개할 것”이라면서 새로 소개할 차종은 모두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통상 본사가 생산 물량을 배정하면 2~3년 동안 관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이후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2~3년 내 국내 GM 공장에서 전기차가 생산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 사장이 지난 12일 본사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한국GM 제공

르노그룹의 한국 사업장인 르노삼성에도 전기차 생산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GM, 르노삼성 등 외국기업들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어 2030년까지 생산은 불가능하다”며 “10년 뒤인 2030년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생산할 수 있는 누적 대수는 300만대 이내”라고 지적했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는데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전기차 생산 공동화를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꼽힌다. 내연기관차보다 필요 부품 수가 적고, 고도화된 자동화를 통해 생산되는 전기차의 특성상 필요 인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GM, 폭스바겐,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고용시장은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완성차 업체에 들어선 강성 노조는 고용 유지는 물론 처우 개선도 요구하고 있어 전기차 전환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실제로 GM과 르노그룹은 국내에 추가 일감 배정을 미루면서 높은 생산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르노삼성 조립공장 모습./연선옥 기자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 규모가 작다고 하지만, 전기차 생산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정부는 전기차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생산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영세한 국내 부품사들도 ‘규모의 경제’ 덕을 보면서 생존해왔는데, 전기차를 시작으로 완성차 생산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투자 여력이 없는 부품사들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탄탄한 자동차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전기차 생산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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