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시키고 ‘계좌이체’ 해주겠다던 그놈…그렇게 먹튀가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4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피자집 먹튀 사건 관련 영수증 사진/사진=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글

고깃집에서 젊은 커플이 고깃값을 지불하지 않고 떠난 일명 ‘먹튀’ 사건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엔 ‘피자집 먹튀 사건’이 알려져 자영업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은 새벽까지 피자집을 운영한다는 A씨가 4일 새벽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피자집 먹튀 제가 당하게 될 줄 몰랐어요’라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A씨는 “참 어려운 시기에 새벽까지 영업하며 겨우 매출이 오르는가 싶더니 최근 인근에 피자집 3개가 생기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고깃집 ‘먹튀’ 사건이 잘 해결된 것을 보고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나서 카드결제’로 주문한 고객이 막상 음식이 도착하니 ‘카드가 찾아보니 없어 계좌이체 해주겠다’고 하기에 배달 기사님께 피자만 전달해 주고 오면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매장에 전화한 번호와 주문자 번호가 달라 주문자 번호에 계좌를 보냈지만 40분 넘도록 입금이 안 돼 고객센터를 통해 얘기하니 다음날 낮 12시까지 입금해주겠다 했지만 2주째 입금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영수증에 따르면 해당 고객이 피자 배달을 시킨 날짜는 지난달 21일 새벽 2시3분쯤이다. 이날 기준 2주가 넘도록 피자값 5만8400원을 결제하지 않은 셈이다.

A씨는 “경찰서도 갔는데, 경찰서에선 대부분 이런 사건이 경찰에 연락이 가면 당일 거의 해결이 된다며 며칠 더 기다려 보자고 하더라”며 “(해당 고객은) 경찰 연락도 안 받고 잠수 중이더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래서 주문자 번호 말고 매장으로 전화한 번호로 연락을 취하니 본인을 믿고 기다려 달라기에 기다렸지만 결국 2주가 지났다”며 “내일 경찰서에 사건 접수하러 간다”고 밝혔다.

피자집 사장 A씨가 결제를 미루고 있는 고객과 나눈 대화 내용/사진=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글

이날 A씨가 해당 고객과 공개한 해당 고객과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휴대전화에 ‘폰뱅킹’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제를 미루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어서 은행을 가야 하는데 가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에 A씨는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하셨어야지 저한테 그걸 물으면 어떻게 하냐. 그것도 항변 때 다 말씀해보라”고 답하며 고소 의사를 전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X같은 핑계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먼저 보내달라고 하겠다. 100만원도 아니고 그 정도 부탁도 못 하나”, “전화 연결하면 계좌 보내달란 말만 하고 일주일 정도 만에 입금한 손님도 있었다”, “저도 기다리다 경찰서 가서 접수하니 다음날 주더라. 돈을 떠나 열 받아서 경찰서 간 기억이 있는데 꼭 받았으면 좋겠다” 등 비판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고객들의 ‘먹튀’ 문제는 앞서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B씨가 한 커플의 먹튀 사연을 올리며 공론화된 바 있다. B씨에 따르면 해당 커플은 입구 쪽에 자리를 잡고 소지품도 꺼내놓지 않은 채 고기를 먹다가 나가버렸다. 그들이 시킨 음식은 제주 흑돼지 800g과 소주 2병, 음료수 2캔, 비빔냉면, 누룽지, 공깃밥 4개, 된장찌개 2번 리필 등으로 사실상 만찬을 한 뒤 결제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 사건은 대중에 알려지며 공분을 샀지만 먹튀 의혹을 받은 커플 중 여성이 가게에 찾아와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해당 여성은 의도적으로 먹튀를 한 게 아니라 계산을 안 한 지 모르고 자리를 떠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동은 명백한 무전취식 행위로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처음부터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을 의도였다는 게 증명되면 사기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찬영 기자 chan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