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잃은’ 17년차 원로배우 옥주현의 고소, 둘로 갈라진 뮤지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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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텐아시아=우빈 기자]
EMK뮤지컬컴퍼니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고소가 트리거가 됐다. 옥주현의 감정배설과 법적 대응이 뮤지컬계 부조리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였다. 

주어 없는 저격이었던 김호영의 ‘옥장판’ 사태는 뮤지컬 배우들의 성토로 이어졌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던 인맥 캐스팅. 배우가 캐스팅에 관여하고 제작사는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고 줏대 없이 흔들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입장이 나왔다.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주, 최정원과 연출 및 음악감독 박칼린이 호소문을 발표했다. 옥주현이 김호영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두고 일어난 업계의 규탄.

이들은 “한 뮤지컬이 관객분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기까지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위치와 업무에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 지금 이 사태는 정도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꾸짖었다.

①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② 스태프는 배우들의 소리를 듣되, 몇몇 배우의 편의를 위해 작품이 흘러가지 않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합니다.

③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배우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공연 환경이 몇몇 특정인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 배우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경주(왼쪽부터), 최정원, 박칼린 / 사진=텐아시아DB
배우들의 당위적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이들의 주장은 뮤지컬계의 왜곡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①번은 배우가 캐스팅에 관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제작사가 배우들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으며(②) 제작사도 배우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거나 몇몇 특정인에게 끌려다니는 일이 있었다(③)가 된다.

입장문 발표 뒤 신영숙, 차지연, 정선아, 김소현, 최재림, 박혜나 등 업계에서 유명한 배우들이 동참하며 힘을 실었다. 일부 배우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하는 사진을 함께 업로드하며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비유했다.

배우들의 제작사와 특정 배우를 규탄한 이유는 옥주현에게 있다. 김호영은 지난 14일 김호영은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김호영의 이 글은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 옥주현이 인맥을 동원하여 마치 캐스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호영이 콕 찍어 옥장판의 옥이 옥주현이라고 한 적이 없으나, ‘엘리자벳’ 캐스팅과 엮이며 저격한 것처럼 퍼졌다.

사진=텐아시아DB
캐스팅 논란은 ‘엘리자벳’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소현이 빠지고 이지혜가 이름을 올리며 시작됐다. 이지혜는 ‘베르테르’ ‘레베카’ ‘지킬 앤 하이드’ 등엔 출연했으나 ‘엘리자벳’은 이번 회차가 처음. 이지혜는 옥주현의 제자로, 그가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 주연 배우로 발탁되며 ‘옥주현의 인맥 캐스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옥주현은 “‘엘리자벳’ 캐스팅과 관련한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수백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라며 해명을 해도 제작사에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관계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는 혼나야죠”고 고소를 예고하더니 지난 20일 김호영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진=텐아시아DB
옥주현은 고소로 역풍을 맞았다. 많은 배우들이 김호영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중이 알게 된 것. 배우의 캐스팅 관여, 편향에 치우친 제작사 등이 꽤 고질적인 문제임이 드러났다.

배우들의 입장문과 동참은 단순히 SNS 업로드가 아니다. 이들이 성토하고 있는 대상은 옥주현의 배경으로 자리잡은 대형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EMK는 캐스팅 문제가 되고 있는 ‘엘리자벳’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 ‘레베카’ ‘마타하리’ ‘엑스칼리버’ ‘팬텀’ 등 대극장 뮤지컬 제작사. 배우들은 무대라는 생계를 걸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둥이를 놀린 자는 누구인가. 캐스팅에 관여한 배우일까 권한을 지키지 못하고 휘둘린 제작사일까, 부조리를 고발한 배우들일까.

‘옥장판’이라는 단어에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발끈한 옥주현. 걸그룹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실력으로 자타공인 티켓 파워 1등이란 타이틀을 얻은 그. 객석을 가득 채우는 그의 힘은 배우의 권한을 넘은 칼자루를 손에 쥐어줬을 수 있다. 인기는 곧 돈이고 산업이 되버린 뮤지컬은 돈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 
 
옥주현의 행보가 아쉬운 점은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로써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법적 대응은 부정적인 이슈를 낳았고, 자신의 기반인 인기를 침식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김호영이 SNS에 쓴 글에 화제성을 부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옥주현이다. 

2005년 아이다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옥주현이 뮤지컬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하는 관계자는 없다. 17년차 뮤지컬 배우로서 그가 이뤄낸 업적 역시 대단하다. 옥주현이 원로 배우가 가진 품격으로 여유롭게 행동했으면.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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