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매수 자제 경고에도 청년층의 매수 열기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입자 10명 중 4명은 여전히 30대 이하인 가운데 8개 구에서는 청년층의 매입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2030세대의 영끌 수요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3,874건) 중 30대 이하의 매입비율은 전월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44.1%(1,709건)다. 지난해 9월(41.6%)보다 2.5%포인트 높고 2019년과 비교하면 9.6%포인트 늘었다.
25개 중 7개 자치구에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2030세대의 월간 기준 매입 비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대문구(57.6%) △중구(55.6%) △서대문구(53.8%) △구로구(53.7%) △중랑구(52.3%) △도봉구(49.2%) 등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층 매수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에서도 30대 이하의 매매거래가 전체의 40.7%까지 치솟았다.
이 외에도 △성동구(57.8%) △노원구(53.2%) △강서구(52.8%) 등에서도 절반이 넘는 매입자도 2030 세대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의 잇따른 영끌 매수 자제 경고와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서울 아파트 고점론’을 근거로 “주택 공급이 가시화되는 2, 3년 후엔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며 청년층이 무리한 추격 매수를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7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예 “지금 주택을 살 때 무리한 영끌을 하게 되면 처분 시점에 굉장히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기다리며 투자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당장 청년층의 영끌 열기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데다가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리는 청약시장에선 당첨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의 2030은 주택시장 불경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대”라면서 “1인 청년 가구를 위한 ‘청약특공’을 신설했어도 수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매매시장에서의 청년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1%는 여전히 저금리인 데다가 금리 인상은 당장 체감하기 어려운 부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영끌 매수세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내년에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가 시행되면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영끌 한도가 낮아지면서 주택 구입이 어려워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