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 기사] ‘폭탄·역대급·쇼크·충격·공포·패닉’ 누가 많이 썼나 http://omn.kr/1w5hr
국세청이 11월 22일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고지한 데 이어 이튿날인 23일 2021년 주택분 종부세 시도별 고지 현황을 공개하자 종부세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종부세 여파가 계속되면서 ‘전국에 종부세가 퍼지고 있다’, ‘월세화가 가속된다’ 등 공포조장 보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부세 보도①(http://omn.kr/1w5hr)에서 ‘세금폭탄론’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수치를 부풀리거나 폭탄, 쇼크, 패닉 등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는 언론 보도를 지적했습니다.
<중앙>·<동아> “1세대 1주택자 평균 152만원”
<중앙일보> ‘종부세 평균 600만원, 1주택도 152만원 낸다'(11월 23일 김남준·조현숙·강광우 기자)는 ‘기획재정부가 1주택자 평균 세 부담액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분석을 인용했습니다.
▲ 중앙일보의 1세대 1주택자 인원 비중 및 평균 세액(11/23) |
ⓒ 중앙일보 |
<동아일보> ‘”1주택 종부세 부담 낮아진다”더니…1인 평균 97만→152만원”‘(11월 23일 주애진 기자) 역시 ‘1주택자의 평균 부담액이 작년 97만 원에서 152만 원으로 55% 증가했다’며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었다는 정부의 발표는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는 유 의원 SNS 내용을 전했습니다.
1세대 1주택자 72.5%, 평균세액 50만원
종부세는 고가주택에 매겨지는 세금이기 때문에 평균으로 따지면 1인당 납부해야 할 세금이 많아 보이게 됩니다. 2021년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개인과 법인을 합산해 94만 7000명입니다. 이를 전체 세액 5조 7000억 원으로 나누면 1인당 600만 원을 내는 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종부세 도입 취지와 목적, 실제 집행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입니다. 조세 실패를 우려해 실소유자와 1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이 과세됐는지 알아보려면 이들만 떼어 평균을 내봐야 할 것입니다.
<경향신문> ‘올해 종부세의 89% 다주택자·법인 부과'(11월 23일 안광호 기자)는 중앙일보·동아일보와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1가구 1주택자 중 시가 20억원 이하(공시가격 14억원, 과세표준 3억원 이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4.9%로, 이들이 올해 부담하는 종부세는 평균 27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가구 1주택자는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를 받아 최대 80%까지 세부담이 경감된다’고 덧붙였습니다.
JTBC ”종부세 내는 1주택자’ 10명 중 7명은 50만원'(11월 22일 이지은 기자) 역시 ‘강남의 초고가아파트를 빼고 공시가 17억원, 시가 25억원 이하’는 ‘1주택자 10명 중 7명 가량인데, 이들의 평균 종부세는 50만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고령자·장기보유자는 20~80%까지 종부세를 감경받으며 ‘지난해보다 세금이 1.5배 넘을 수 없도록 하는 세부담 상한 규정도 있’어 ‘1주택자의 종부세를 ‘폭탄’이라 부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1세대 1주택자 평균세액은 27만 원부터 6020만 원까지 편차가 상당하며 최대 차이가 223배에 달합니다. 1세대 1주택자 중 72.5%의 평균세액은 50만 원 수준입니다. 1세대 1주택자 대다수가 적은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223배나 되는 종부세액 차이를 모두 합쳐 통계 내는 것은 ‘종부세 폭탄’을 과장하려는 언론의 꼼수는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 종부세가 3배 증가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1면(11/22) |
ⓒ 조선일보 |
<조선일보>는 11월 22일 1면 톱기사로 종부세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종부세 작년보다 3배 뛰었다” 곳곳서 한숨'(11월 22일 정석우 기자)은 서울 송파구 리센츠아파트 거주자(1주택자) 사례를 들어 지난해엔 종부세 50만 원을 냈으나 올해는 3배가 넘는 177만 원을 고지받았으며 ‘지난 7월과 9월에 낸 재산세까지 합치면 올해 보유세가 740만 원이나 된다’, ‘작년에는 480만 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김씨처럼 1주택자라도 지난해보다 2~3배 이상 오른 종부세 세액을 고지 받은 이가 적지 않’다며 ‘세금 내기 위해 빚이라도 내란 말이냐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MBN ‘1주택도 50% 껑충 “위헌 소송” 반발'(11월 22일 장명훈 기자)에서도 ‘1세대 1주택자까지 종부세가 크게 늘었’다며 ‘고가아파트일수록 세금이 급증해 1주택자이더라도 3배 가까이 늘어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한겨레> “1세대 1주택자 오히려 부담이 줄기도”
▲ 2021년 1세대 1주택자 세부담 상한 적용 사례(11/22 기획재정부 보도참고자료) |
ⓒ 민주언론시민연합 |
<한겨레> ‘집값 치솟은 다주택자 부담 3배…1주택자 상당수 세액 공제'(11월 23일 이정훈 기자)는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율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오히려 세 부담이 줄기도 했다’며 ‘서울 강남 선경아파트(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종부세액은 290만원에서 올해는 270만원으로 줄었’는데 ‘종부세 공제 기준이 지난해 9억원에서 올해 11억원으로 상향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세대 1주택자가 종부세 제외 대상은 아닙니다. 종부세는 고가주택에 부과되기 때문에 1세대 1주택자라도 공시가격 11억 원, 시가 약 16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는 과세됩니다. 그럼에도 1세대 1주택자에겐 다양한 공제 혜택을 줘 세 부담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담경감 제도에도 종부세가 크게 올랐다면 주택 공시가격과 시가, 즉 보유한 자산금액이 크게 올랐기 때문일 겁니다. 급증한 주택가격, 자산가치는 무시한 채 ‘1주택자인데도 종부세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한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동아> “월세 전환 종부세 때문”
<동아일보>는 ‘[사설] 종부세액 1년 새 3배, 그래도 ‘세금폭탄’ 아니라는 정부'(11월 23일)에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풍선 효과’도 확대될 조짐’이라고 썼습니다. 심지어 미래를 내다보면서 이전의 모든 일이 종부세 탓이라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종부세 인상 발표 이후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계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고, 평균 월세는 1년 새 10.2% 상승했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유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다시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세 거래량이 늘고 월세가 오른 것 모두 종부세 탓이라는 귀결입니다.
▲ 국토교통부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보도자료 중 임차가구(전세 및 월세) 비율 (2020/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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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선택지가 월세밖에 없어요”…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 사상 최고치'(11월 22일 김두현 기자)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월세 거래량 증가는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유입됐으며 동시에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이 어려워진 점’도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동아일보 주장은 단편적인 현상만 보고 원하는 주장에 억지로 연결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종부세가 서민 몫이라고 우기는 언론
▲ △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한 한국경제(11/22), 동아일보·중앙일보·서울경제(11/23) 사설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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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채질해서야'(11월 23일) 역시 ‘무엇이든 세금을 올리면 가격이 뛴다는 것은 경제생활의 이치’라며 ‘부동산 세금을 올리면 결국 전·월세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로 ‘세금 상승분이 가격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종부세 폭등은 매매값은 물론 전세를 거쳐 월세 급등으로 연쇄 파급’되며 ‘결국 집 없는 사람들일수록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는 아이러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어쩌다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여기에 부과되는 종부세로 고용할 여력을 잃고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종부세가 고용상황, 경제상황도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종부세 세입자 전가” 침소봉대
11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1월 24일)에 출연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월세 시장에 대한 국민 우려에 ‘기존에 살고 있는 집 가격 올리는 것은 쉽지 않고 새로 계약할 물량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며 “결국은 전세시장 전체의 수급상황에 좌우”되는데 “최근 전세시장에 매물이 쌓이며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답했습니다.
<뉴스1> ‘노형욱 “종부세 월세전가 과장…전세매물 쌓여 올리기 힘들다”‘(11월 24일 김희준 기자)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지난 1일 1만1000건에서 17일 기준 3만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도권 매물은 2만7000건에서 6만6000건으로 늘었’으며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이 약 170만가구, 민간등록임대주택이 약 110만가구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종부세가 전·월세 시장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 어려운 상황인 셈입니다.
<경향신문> ‘종부세 내는 1가구 1주택자 73%는 평균 50만원 부담한다'(11월 23일 박상영 기자)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 기조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며 ‘세금 폭탄이라는 정치적인 프레임을 내걸고 종부세 전면 재검토 주장을 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한 참여연대 성명과 함께 ‘늘어난 종부세를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자’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제안도 소개했습니다.
고가주택에 부과된 종부세가 폭탄이라고 강조하기 위해 종부세가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하는 언론의 모습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입니다. 물론 세 부담 증가로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본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종부세 폭탄론을 외치며 가진 자들을 보호하기보다 주거 소외계층을 위해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22~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 2021년 11월 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저녁종합뉴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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