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대폭 인상된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오기 시작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을 많이 낸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입자들에게 세금 인상분을 전가할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런 말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종부세 부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종부세는 전 국민의 2%에 해당되는 세금’이라고 밝혀왔지만 A씨 사례에서 보듯이 종부세와 관계없던 남양주 별내면의 세입자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현상은 실제 다른 종부세 부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소재 B 부동산공인중개소 대표는 “주변 코오롱아파트 33평의 경우 최근 보증금 3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월셋집이 나왔다”며 “최근 주변 전세 시세가 12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종부세 부담 영향 등 때문에 가격을 높여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 전세 1억원은 월세 30만원과 비슷하게 계산함을 감안하면 전세가로 봤을때 13억5000만원 정도로 잡고 월세를 내놓은 셈이다.
서울 상일동 소재 C 중개사무소 대표는 “세금 이야기 등을 하면서 전세 만기가 끝나면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묻는 집주인이 최근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다른 D 중개사무소 대표는 “월세 물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월세가 조금씩 인상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36평형은 보증금 2억원·월세 750만원, 보증금 18억원·월세 150만원에 월세 매물이 최근 나왔다. 같은 평형이 최근 22억원에 전세 실거래가 이뤄진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종부세 부담과 함께 작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4년 치 가격을 한꺼번에 받으려다 보니 향후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 직장인 E씨는 “종부세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목동 6단지 19평 아파트 전세금을 올리고 싶지만 지인이 거주하고 있어 말도 못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부세 부과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월세 상승 움직임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다방에 따르면 매수자 호가 기준으로 송파구 오피스텔 월세 평균 가격은 지난 11일 113만원에서 25일 118만원으로 4.4% 올랐다. 같은 기간 서초구 오피스텔 월세 평균 가격은 98만원에서 102만원으로 4.1%가량 상승했다.
지난 주말부터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전·월세를 올리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내년 2월 만기라 월세를 45만원에서 9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세입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종부세로 전·월세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의 글도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종부세 인상이 전·월세 가격에 더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후년 종부세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집주인들이 이에 대비해 세금을 전가하는 현상은 점차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가 오르면 주택 소유자는 오른 만큼 금액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주택 판매가격에 반영하려 할 것이므로 대부분 국민이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5일 기준금리가 인상된 점도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서 전·월세를 내준 집주인들이 향후 전·월세 가격을 올릴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 권한울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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