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시달리는 북한이 그동안의 방역 정책이 ‘명안(名案)’이라며 자화자찬에 나섰다.
인구의 10%가 넘는 200만여명이 발열에 시달렸음에도 상황이 안정적이라 과시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을 부각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우리당 방역정책의 과학성과 정당성을 깊이 새기고 오늘의 방역대전에서 드팀없이 구현해나가자’ 제목의 사설을 1면에 싣고 그간의 방역 상황을 되짚었다.
사설은 “세계 방역사에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는 최장의 기록을 세운데 이어 돌발적인 사태 속에서도 짧은 기간에 전염병 전파 상황을 안정적으로 억제·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당이 취한 비상방역정책이 열백번 정당하다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 3개월간 코로나 환자가 전혀 없다가 올해 4월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유입됐고, 이마저도 확산세가 꺾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사설은 북한이 2020년부터 국경과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을 완전히 차단 봉쇄했다면서 “악성 변이 비루스(바이러스)의 특성과 나라의 보건 실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가장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투쟁방침”이라고 자평했다.
또 “최근 중요 당 회의에서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 조치를 취하고 과학적이며 집중적인 검사와 치료 전투를 시급히 조직 전개했다”며 “이것은 나라의 현실적 조건에서 악성 비루스 감염증을 최단기간에 차단, 소멸할 수 있는 명안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적으로 악성 비루스의 확산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전파 공간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적인 봉쇄가 미약한 데 원인이 있다”며 “아무리 전파력이 강해도 지역 간, 사람 간 전파 공간만 차단해 놓으면 얼마든지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봉쇄를 제대로 못 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강력한 거리두기로 성공적인 방역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설은 엄격한 이동권 제한이 초래할 경기침체와 식량난, 교육시스템 붕괴, 주민 불만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이날 ‘인민사수의 분분초초로 이어지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혁명시간’ 제목의 별도 기사로도 김 위원장의 방역 리더십을 칭송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 유입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후 열흘 간 “깊은 밤, 이른 새벽을 가리심 없이 지도하신 당 회의는 무려 5차, 찾으신 단위는 공식 보도된 것만 하여도 3개”라며 헌신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했다.
한편 북한은 강력한 방역 정책이 경제 부문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데도 부심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북도와 남포시의 여러 농장을 돌아보며 가뭄 상황과 모내기 현황을 파악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총리는 이들 지역의 의약품 수송 상황을 점검했고 주민들에게 남새(채소)와 된장 등 기초식품이 원만히 공급되는지 살폈다. 해외무역의 중심인 남포항을 들러서는 화물을 취급할 때 방역 규정을 엄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19 상황을 전면 지휘하는 가운데 김 총리가 역할 분담을 해 경제부문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오늘의 방역형세가 아무리 엄혹하다고 하여도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향한 우리의 전진을 순간도 멈출 수 없다”며 금속공업, 화학공업, 석탄공업, 전력공업, 철도운수부문 등이 차질 없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홍보했다.
평양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과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살림집 건설장, 연포온실농장 건설현장 등도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선전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누적 발열 환자는 264만6730여명이며 사망자는 6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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