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선택의 폭도 늘어나고 세간의 관심도 늘어나면서 전기자동차를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대신 구매할까 생각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전기를 에너지로 쓴다는 것만으로 여러가지가 바뀌기 때문에 기존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가졌던 기대치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는 생각보다 좋을 수도 있고, 예상외로 난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미리 동전의 양면을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를 사서 타고 다니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성을 따지는 일이 많다. 전기차가 주목받는 건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볼 때, 비싸게 구매하더라도 저렴하게 타고 다니면서 상쇄할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전기차의 가격을 생각해보자.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배터리다. 이것만 제외하면, 부품의 수가 적고 복잡도가 낮은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GM이 볼트EV를 2017년 미국에서 3만7500달러(약 4240만원)에 팔 때, 배터리가 1만5700달러(약 1780만원), 즉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돌려 말하면 지금까지 전기차가 비싼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고, 가격이 내려가려면 배터리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0년경 전기차 보급 본격화와 동시에 보조금 제도가 도입된 것도 배터리 비용을 상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2013년 경차 레이EV의 판매 가격이 일반 경차의 3배인 3500만원 이었으니 보조금 없이는 보급이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보조금이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 될 정돆지 지급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서 예로 든 레이EV는 당시 1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음에도 일반 버전보다 2배 비쌌고, 요즘 팔리는 차종도 보조금 지급 후 가격이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1000만원 안팎 더 비싼 편이다.
다행히 배터리 가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다. 완성된 팩 기준의 가격을 보면 2017년에 2013년의 1/3 수준으로 내려 앉았고, 2020년에 이르러 2017년의 약 60%, 2013년의 1/5 정도가 됐다. 배터리 수요가 늘고 연구가 집중되면서 이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대당 보조금 규모가 이런 기술 발전을 고려하여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술적 여유가 늘어나면서 차체가 커지고 주행거리가 늘어난 차종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널리 팔리는 전기차의 실구매가격이 단기적으로 정체되거나 소폭 증가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소형~준중형 차량만 한정해서 본다면 가격 하락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쉐보레 볼트EV는 2022년형을 국내 출시하면서 가격을 전년 대비 463만~684만원 내렸다.
또 준중형 SUV 벤츠 EQA의 2021년 판매 가격은 기본 트림 기준으로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인 GLA에 비해 불과 73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보조금을 받으면 GLA보다 저렴해지는 걸 의미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장기적으로는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유지비용 측면에서는 전기차가 꾸준히 우위를 점하고 있어 많은 분에게 구매 동기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충전비용과 정비비용이 포함되는데, 일상적인 정비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신경쓰거나 투자해야 할 비용이 많이 줄어든다.
주행용 고압 배터리 또한 요즘 나오는 차량은 수명이 길어서 대부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충전비용은 상황이 좀 복잡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충전 특례요금 제도가 운영되면서 충전요금이 대폭 할인되었는데, 전기차의 경제성을 높이는 효과를 더뒀다. 그러나 기간 만료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원래 요금으로 돌아가게 된다.
전기료가 원래대로 부과되면 상대적으로 연료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하이브리드나 경유 차량의 연료 비용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 궁금해질 수 있다. 그래서 널리 팔린 소형 SUV나 해치백 전기차와 동급의 차량을 비교해보면, 휘발유 차량은 13.0km/L, 경유 차량은 16.7km/L, 하이브리드는 20.9km/L, 전기는 5.38km/kWh 정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연료+전기 운전에서 일반 하이브리드와 비슷하고 전기 전용 운전에서 전기차와 비슷한 정도다. 연비 운전을 하면 하이브리드도 30km/L 이상 나오거나 전기차로 10km/kWh 나올 수도 있으나,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공인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당시 대한석유협회가 밝힌 연료별 금액을 참고로 차량 종류별 연비에 대힙하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단위 거리당 비용을 확인할 수 있다.
경부하 시간대(23~09시)에 비공용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는 특례요금 적용 여부에 상관없이 확석연료를 쓰는 차량을 압도하는 경제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비교적 단가가 비싼 공용 급속 충전기를 특례요금 종료 후 사용하더라도 하이브리드보다는 여전히 경제적이다. 물론 차이가 좁혀지므로 충전요금 할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을 종합하면, 차량 구매 가격은 아직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큰 틀에서 내려가는 추세다. 여기에 충전 비용은 충전요금 정상화 이후에도 경제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타 유지비용 또한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적게 든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의 경제성은 경유차나 하이브리드차 대비 뛰어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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