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한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과 배우 이선균(48)의 혐의 입증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를 받는 이선균과 지드래곤을 각각 두 차례와 한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벌였다. 각 분야의 톱스타들이다 보니 내사와 입건 과정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혐의 입증 전부터 각종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각각 정밀검사와 간이시약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가져온 결과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드래곤의 경우 물증 없이 제보자와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의 진술만 확보한 상태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처음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온 지드래곤은 지난 6일 경찰 첫 조사를 마친 후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없겠죠. 없었어요”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그는 무죄를 자신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농담과 행동들을 보였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형사 입건했다가 경찰이 피의자한테 조롱당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엔 지드래곤이 증거인멸을 위해 제모를 했다는 경찰측 주장에 “마치 혐의를 감추기 위해 온몸을 제모를 하였다는 경찰 측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경찰의 혐의 입증은 향후 두 사람의 수사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가 관건이다.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지드래곤은 모발과 함께 손톱을 채취해 지난 7일 국과수에 보내 정밀감정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지드래곤도 이선균처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앞으로 혐의 입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보강 수사를 한 뒤 그를 다시 재소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드래곤의 휴대전화 등 통화 내역 확보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경찰은 이선균의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하며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드래곤의 경우 경찰이 그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통신내역 허가서(영장)가 이미 한차례 법원에서 기각됐다. 범죄 혐의가 명확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경찰이 그의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기 위해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지만 또 법원에서 기각되면 물증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변과 모발 등으로 간이 및 정밀 감정 등 검사에서 모두 마약 관련 성분이 나오지 않았던 이선균에게 경찰은 다리털을 확보해 국과수에 정밀검사를 다시 의뢰한 상태다. 다리털은 모발보다 마약 성분이 더 오래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을 투약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유흥업소 실장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줬고,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것이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을 투약한 고의가 없었다면 그를 처벌하긴 어렵다. 형법에서는 범죄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면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경찰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황 증거만 가지고는 기소하고 공소 유지까지 이뤄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지드래곤을 형사 입건한 배경에는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경찰이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로 보인다. 마약 투약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계속 나오고, 당사자의 진술 외 증거가 없으면 기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진술을 토대로 기소 했다가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진술이 번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과수 검사에서 나온 ‘양성’ 결과를 주효한 증거로 제시하고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투약 시기와 횟수 등을 파악하는 등 다른 증거들을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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