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이 JTBC 새 주말극 ‘신성한, 이혼’(극본 유영아, 연출 이재훈)을 통해 오랜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무엇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 얼굴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지만, 진한 물음표만 뇌리에 남았다.
그가 맡은 ‘이서진’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무너져 내린 인물이다. 사연도 많고, 현실은 최악이다. 복합적 서사와 감정,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극적인 에피소드로 시작해 성장의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인만큼 섬세한 표현력과 깊은 내공을 요하는 캐릭터다.
서진의 행보는 첫 화부터 파격이었다. ‘의처증’ 남편의 속박 속에서 여자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을 친 그는 팬이라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연하남의 관심에 취해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불륜남은 서진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출까지 하고, 서진은 세간의 비난과 눈총을 받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다. 이로 인해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게 된다.
불안감과 공포감을 애써 감추며 서진은 아들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정신을 붙잡고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조승우)를 찾는다.
죄는 지었지만, 기왕 벌어진 일에 뜨거운 모성애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 의연하게 현실과 마주하는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남편이 이상한 사람이라도) 서진의 설정 자체가 불편한데다 이를 표현하는 한혜진의 연기는 민망스럽다. 어투는 작위적이고, 눈만 크게 뜬 표정은 생동감이 없으며,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도 섬세하게 표현되질 않는다.
급격한 온도차 역시 자연스럽게 넘어가질 못하니 걸리는 구간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의연하고 담대하다기보단 이상하고 뻔뻔하다. 몰입은커녕 캐릭터에 반감이 들 정도다.
도넘은 남편의 악행(어린 아들에게 엄마의 성관계 영상을 보여줌)이 드러나며 서진은 결국 이혼 재판에서 승소하고 아들의 양육권을 지킨다. 분노한 서진은 남편의 뺨을 연달아 내려치고, 아들에게는 무릎 꿇고 사과한다. 아픔에 갇히지 않고, 당당히 일어선다. 신성한의 농담에 한술 더 떠 화답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되찾는다.
개연성도, 공감가는 캐릭터도 없기에 이들의 ‘승리’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자극적으로 포문을 연 불편한 에피소드와 어색한 한혜진의 연기, “테스형~”만 외치는 조승우의 하드케리가 불협화음을 낸다. 강약 조절 없는 강강강 캐릭터들의 향연, 뜬금포 개그 코드의 남발에 케미도 들쑥날쑥이다.
기대했던 조합, 기다렸던 한혜진의 복귀 그리고 변신이었지만 첫 인상이 좋지 않다. 절대적 분량만큼 구멍은 더 크게 느껴진다. 변함 없는 동안 미모엔 박수를 보내지만, 연기에는 경력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할 듯하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