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심의 과정서 의견 엇갈려
“대중문화 제외 불공평” 반론에도
청년층 박탈감 우려한 신중론 우세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시상식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받자 감격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병역 혜택을 주는 법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보류됐다.
병역 문제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세력으로 부상한 ‘이대남’(20대 남성)이 주시하는 대표적인 ‘공정성’ 이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일반 청년과의 형평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는 25일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봉사활동 등으로 대체복무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방위는 “향후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를 더 밟을 예정”이라며 “사실상 이번 정기 국회에선 처리하지 못하고 장기전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소위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개정안을 발의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 일부는 ‘대중문화예술인만 병역 특례를 주지 않는 게 더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클래식이나 국악, 발레 등 순수예술 관련 대회 우승자는 병역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며 “그런데 팝과 대중예술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병역에 민감한 민심을 감안해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의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국방위 소속 한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인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콩쿠르 대회 우승자와 달리 상업적인 측면이 있어서 단순 비교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BTS에 병역 혜택을 주면, 게임 분야 등 다른 영역까지 병역 면제 논의가 확대돼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의원 다수가 개정안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병역과 공정 문제에 민감한 ‘이대남’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도쿄올림픽 때도 메달리스트들이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을 보고 분노하는 여론이 꽤 있지 않았냐”며 “묵묵하게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도 엄청나게 국가 선양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건데, 그런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조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이대남이 원하는 건 공정이다”며 “클래식 대회 우승자에겐 병역 혜택을 주고 그래미상이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자는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TS에도 당연히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도 BTS 법안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인구 급감 등 상황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공평한 병역 이행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며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대상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손흥민 선수는 되는데, BTS는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