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일 값이 비싼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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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전 세계에서 사과값이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글로벌 생활 통계 사이트 넘비오(Numbeo)에 따르면 올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사과 가격은 1㎏당 6.86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또 다른 가격비교 사이트인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스닷컴이 집계한 사과 가격도 올 3월 기준 한국이 1㎏당 7.71달러로 역시 세계 1위. 수입 과일은 어떨까.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2월 한국 미국 중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주요 10개국의 과일 값을 비교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수입 과일인 바나나의 경우 15개 정도 달린 바나나 1다발의 평균 가격이 한국이 1만3200원으로 가장 비쌌고, 파인애플 가격도 개당 6381원으로 한국이 1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이 과일 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는 2017년 쓴 칼럼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현재 과일가격보다 평균 23.4% 인하된 가격을 적정 가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적었다. 유튜브 댓글로 “우리나라 과일 값은 왜 비싼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리나라 과일 값이 비싼 4가지 이유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 원인을 꼽는다. 첫째는 ①생산 원가. 외국은 끝도 없는 대규모 농장에서 과일을 생산하기 때문에 개당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비료도 항공기로 한꺼번에 뿌릴 수 있고, 과일 따는 거랑 포장하는 거랑 다 기계가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대규모 과일 농장 조성이 쉽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원 관계자에게 전화해 봤는데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60~70년대 가난하던 시절 과일보다 벼농사 위주가 되면서 대규모 과일 농지를 형성하지 못했을 뿐더러 지형적으로도 과일은 완전 평야보다는 약간 언덕진 곳에서 더 잘 자라는데 한국은 그런 환경을 넓게 가진 곳이 거의 없어요.” 이렇다 보니 6시 내고향 같은 거 보면 우리나라는 어르신들이 과일 하나하나 다 손으로 따고 포장도 하나하나하니까 생산 원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다고 기업이 과일 생산에 뛰어들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농지법은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MB정부 때 규제가 다소 완화돼 기업이 농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과잉공급에 의한 시장 교란이나 농민 생계권 위협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②높은 수입 단가. 2016년 기준 한국의 바나나 수입량은 36만5000톤으로 세계 14위 규모다. 미국, 독일, 러시아, 벨기에, 영국 5개국이 세계 수입량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의 수입량도 한국보다 2~3배 가까이 많다. 절대적인 수입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기 때문에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고 이게 국내 유통되는 과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한국의 과일 수입 물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을 해 오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의 높아진 입맛도 우리나라 수입 과일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주로 미국,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등에서 바나나, 망고, 포도, 키위, 체리 등을 수입하는데 수입국가와 품종이 우리나라와 상당히 겹친다. 그런 중국이 과거엔 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중하품 위주의 과일을 수입하다가 최근 고품질 과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우리나라 과일수입업체가 중국 수입업체와 경쟁을 하게 돼 과일 값이 올라버린 거다.

과일 값이 비싼 세 번째 이유는 ③유통구조. 통상적인 유통 구조는 농민→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우리나라 과일이 가락시장과 같은 공영 도매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농민에서 도매상으로 가기 전에 ‘도매법인’의 경매를 거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는 이유는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공급하고 과일 거래 가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함이지만, 유통 단계가 한 단계 늘고, 도매 법인의 경매 수수료도 가격에 붙으면서 과일 값이 올랐다. 이렇게 결정된 가락시장의 과일 값은 한국 농산물 가격의 표준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이유가 또 있는데 ④과일 가격의 비탄력성. 흉년이면 과일 값이 비싸지는데 풍년이어도 과일 값이 내려가지 않는 건 선뜻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이건 사과가 풍년이어도 그만큼 사람들이 사과를 더 많이 사 먹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농민들이 과일을 수확한 후 폐기처분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곤 하는데 이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점점 날이 추워지고 있다. 겨울에 전기장판 틀어 놓고 그 위에서 넷플릭스 보면서 귤 까먹으면 이런 천국이 또 없는데 귤은 가격 안 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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