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기자]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 JTBC |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3: 무명 가수전>(아래 <싱어게인3>)의 뜨거웠던 1라운드 경연이 마무리되었다. 지난 9일 방송된 <싱어게인3> 3회에서는 오디션 우승자, 무명 가수, OST 가수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또 한 번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오디션 예능 특성상 세 번째 시즌은 이전 시즌 대비 관심이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이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같은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싱어게인3>에서는 반가운 얼굴, 우리가 몰랐던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러한 우려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이번 3회에 등장한 참가자들 역시 지난 2주에 걸쳐 먼저 실력을 선보인 경쟁자들 못잖게 개성 넘치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에선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수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디션 입상 경력자들 중 속속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합을 펼치며 한때 이름, 얼굴, 목소리를 알렸던 그들은 왜 다시 한번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일까?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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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3> 3회에서 눈길을 모은 참가자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58호 유통기한을 알고 싶은 가수(홍이삭)였다. JTBC 경연 예능을 즐겨보는 시청자라면 단숨에 그를 알아봤을 만큼 제법 친숙하고 실력을 갖춘 싱어송라이터이다. <슈퍼밴드> 시즌1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그는 “노래를 불러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 안에 한계와 답답함이 있다”고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 최유리의 ‘숲’을 특유의 애잔한 목소리에 담아 열창한 그는 올어게인을 받아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개성 넘치는 목소리를 지닌 27호 ‘싱어게인을 기다린 가수'(임지수)는 ‘기다린 만큼, 더'(검정치마 원곡)을 독특한 창법으로 소화해 7어게인으로 역시 1라운드를 통과했다. 채널A <보컬플레이> 시즌2 우승자였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그의 존재를 아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게다가 종영 직후 코로나 19로 인해 설 수 있는 무대마저 사라졌기에 고군분투 속에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또 다른 우승자 출신 참가자도 2라운드에 오르게 되었다. 지난 2021년 MBN <보이스킹>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64호 목소리왕 가수(리누) 또한 6어게인을 받으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64호도 27호와 비슷한 사정에 놓여 있었다. 로이킴 원곡 ‘이제 그만하자’를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소화한 그는 “역시 우승자 출신답다”(규현), “어떤 무대보다도 더 간절함이 느껴졌다”(김이나) 등 심사위원의 칭찬을 받았다.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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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탈락의 쓴 맛을 본 경연 예능 입상자 출신 참가자도 등장했다. 과거 Mnet <슈퍼스타K2>에서 맹활약했던 42호 가위손 가수(김지수)는 이문세의 ‘애수’를 특유의 기타 반주에 실어 재해석했지만 3어게인을 받는 데 그쳤다. JTBC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인 38호 어려운 가수(김현수)는 1어게인으로 아쉽게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이발사 생활을 병행하면서 음악의 꿈을 여전히 놓지 못한 김지수, 크로스오버 팝페라 그룹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린 김현수는 각각 용기 내어 도전을 감행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밖에 OST조의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74호 응원을 부르는 가수(유정석)는 각종 스포츠 응원곡으로 널리 애창되는 ‘질풍가도'(‘쾌걸 근육맨2세’ 주제곡)를 박력 넘치는 목소리로 소화해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일명 ‘막장 드라마’의 원조 <아내의 유혹> 주제곡 ‘용서 못해’를 부른 28호 백지영이 데뷔시킨 가수(차수경)는 성대 결절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 못해 다음 라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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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싱어게인3>은 어찌 보면 국내 음악계의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고 상금도 받았는데 또 다른 오디션 예능에 출전하는 가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37호 ‘나도 잘 모르겠는 가수'(류정운)와 MC 이승기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화제성’이라는 것. 37호 역시 KBS 2TV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 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우승자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무명 가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K팝 아이돌 그룹이 아닌 한, 무명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은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해 입상을 하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 등용문으로 오랜 기간 활용되어 왔지만 요즘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다 보니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 놓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얻기 위해선 가수 본인의 실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지만 그에 못잖게 해당 오디션 예능의 뒷받침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저 우승자를 선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계 스타와 인재 발굴의 주요 무대로 자리매김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로 흘러갔다. 자연히 입상을 해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싱어게인3>로선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됐다. 절박함을 안고 살아가는 가수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마치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문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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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