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왜 요즘 ‘동급 최강’이라 불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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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연인’, 사진=MBC

“요즘 여배우 같지 않다.”

이는 칭찬일까, 비판일까? 물론 상황에 따라 달리 읽힌다. 하지만 안은진에게 만큼은 확실한 칭찬이다. 

그렇다면 ‘요즘 여배우’라는 표현에는 어떤 속내가 숨어 있을까? 이는 ‘요즘 애들 버릇없어’와 같은 관용구와 유사하다. 그 나이, 또래들의 비슷한 패턴일 뿐일지라도, 앞선 세대가 보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곤 한다. 연기보다는 외모와 이미지에 더 신경쓰고, 공동 작업인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며 개인적인 시간에 더 신경을 쓰는 식이다. 물론 ‘단체 활동을 개인 활동보다 중시하라’는 것 자체가 꼰대 마인드일 수 있다. 하지만 공동 작업을 중시하는 공간에서 단체 활동에 더 적극적인 사람은 더 사랑 받는다. 또한 ‘배우’에게는 연기와 외모, 어느 것이 더 중할까? 둘 다 갖춰야 할 덕목이라지만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 평가받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전자(前者), 즉 연기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설이 길었다. 굳이 이런 장광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안은진이 이런 덕목을 두루 갖춘 배우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안은진은 ‘길채’라 불린다. MBC 사극 ‘연인’에서 장현(남궁민)과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길채 이전에도 안은진은 다양한 수식어를 갖고 있었다. 

대중에게 처음 그의 이름을 알린 수식어는 ‘추민하 선생’이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산부인과 치프 레지던트다. 의욕도 넘치고 일도 똑부러진다. 아울러 자기 주관도 뚜렷하다. 본인은 ‘예쁘다’ 생각하지만 남들이 볼 때는 ‘뜨악’하는 메이크업을 천연덕스럽게 바른다. 여우인 척하지만 영락없는 곰이다. 그런 그의 눈과 마음에, 더 곰같은 양석형(김대명) 교수가 들어온다. 머리 굴리고, 요령 피울 줄 모르는 추민하의 방식은 ‘직진’이다. 이혼 경력도 있는 양석형이 피하기 바쁘지만, 계속 데이트 신청을 하며 “좋아해요”라고 고백한다. 원래 계산 없는 사랑은 예쁘다. 그리고 그 예쁜 사랑은, 안은진의 똑소리 나는 연기와 어우러졌다. 이렇게 그는 추민하로서 양석형의 마음을 가졌고, 안은진으로서 대중의 마음을 홀렸다.

안은진의 진가는 JTBC ‘나쁜 엄마’에서 또 발휘된다. 그는 극 중 주인공 강호(이도현 )의 옛 연인이자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미주를 연기한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여배우가 미혼모 연기라니…. 웬만한 여배우는 손사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역할을 훌륭하기 마친 후 안은진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혼모 역할을 택할 때 거리낌이 전혀 없었어요. 저도 언젠가 엄마가 될 텐데요.”

그러면서 그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주연 배우인 양자경을 거론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저런 큰 사랑을 표현하다니…. 제가 오랫동안 배우를 하고 싶다면 영화 속 양자경처럼 모든 경험과 연결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혼모 역할을 꺼리는 분도 있겠지만 미리 해보는 것도 좋잖아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마디다. 본디 배우는 타인의 삶을 산다. 그 삶이 탄탄대로일 순 없다. 평탄한 삶은 오히려 밋밋하다. 영화로서, 드라마로서 매력이 없다. 어떤 배역을 맡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연기하냐가 중요하다. 즉 ‘미혼모=부정적’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빨리 깨달은 안은진은 ‘나쁜 엄마’의 미주 역을 서슴지 않고 선택했고, 배우로서 다시금 진일보했다.

일례로 2006년 방송된 SBS 드라마 ‘연애시대’가 있다. 이혼 후에야 오히려 서로에 대한 애틋함에 눈 뜬 남녀의 이야기다. 이혼녀인 주인공 유은호는 배우 손예진이 연기했다. 당시 손예진의 나이 24세였다. 그가 이혼녀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손예진의 초기 대표작이 됐고, 연기력 또한 인정받았다. 안은진의 행보와 몹시 겹치는 대목이다.

‘연인’, 사진=MBC

그리고 이제 ‘연인’이다. 솔직히 말하자. 방송 초기에는 이견도 적잖았다. ‘절세 미녀’로 표현된 길채와 안은진 사이의 간극을 타박하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배우는 연기로 웅변한다. 그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꾸려가는, 안은진만의 길채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길채와 장현은, 안은진과 남궁민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대중을, 시청자를, 관객을 설득시키는 힘. 안은진은 그 힘이 있는 배우 임을 입증한 셈이다.

장현의 환영을 보던 길채의 독백을 떠올려보자. “이젠 오지 마셔요. 난 이승에서 산해진미도 맛보고 조선팔도에서 천수를 누리다 갈 생각이니. 우린 아주아주 먼 뒷날에 다시 만납시다.” 이 처연한 다짐 끝에 다시 장현을 만난 길채의 복잡다단한 심경을 담은 안은진의 표정 연기는 단연 일품이었다. 그러면서도 “함께 가자”는 장현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는 길채, 심양의 포로 시장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장현과 다시 마주한 길채의 감정은 만 갈래다. 그 감정을 대사와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할 힘이 안은진에게는 있다.

안은진은 ‘나쁜 엄마’가 끝난 후 롤모델로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 라미란을 꼽으며 “라미란 선배처럼 강하고 건강한 캐릭터를 맡는 게 좋다. 선배님처럼 흥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동료들과 회식을 즐기는 등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는 화합이다. 혼자 소리내는 박수란 없다. 안은진은 이를 잘 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차진 소리가 나는 지 고민하고, 또 실천한다. 이런 노력은 연기로 발현되고 작품의 질로 증명된다. 안은진은 그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그러니 그가 요즘 ‘동급 최강’이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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