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아이돌 그룹 출신이 연기에 도전해 성공한 배우는 꽤 많다. 소녀시대 임윤아, 엑소 도경수, 엠블랙 이준, 에이핑크 정은지, 밀크 서현진 등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2PM 이준호와 god 윤계상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롤모델이라 할한하다. 아이돌을 했다가 배우를 하려면 이 두 사람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고 하면,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연기가 아닌 아이돌 가수를 하다가 연예인 수명 연장 차원에서 배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성은 너무 추상적인 단어다. 일단 연기를 잘해야 한다.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을 해도 푹 감정이입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조건을 200% 충족시키는 배우가 이준호와 윤계상이다.
나는 이준호가 2PM으로 데뷔한 2008년 처음 만나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실력과 노력을 함께 지닌 아티스트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자질은 연기를 할 때도 그대로 발휘됐다. 영화 ‘스물’에서도 좋았지만, ‘김과장’ ‘자백’에서 열연하며 가능성을 실험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것이 ‘옷소매 붉은 끝동’과 ‘킹더랜드’에서 만개했다. 후궁 의빈 성씨(이세영)를 사랑하는 정조 이산을 주체적으로 그려내, 역대 가장 매력적인 왕을 만들어냈다. 1700년대 인간을 2020년대 시청자와 조응하게 해주었다. 권력 관계로 사랑을 하지 않고, 오로지 당신이 ‘성덕임’이어서 좋았다고 말해줘서 매력이 배가됐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이런 연기를 하는 남자배우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킹더랜드’는 이준호에게 기회임과 동시에 리스크도 있는 작품이었다. 킹그룹 후계자이자 킹호텔 본부장 구원이 흙수저인 킹호텔 직원 천사랑(임윤아)과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은 자칫 그렇고 그런 로코의 반복이 될 수 있고, 화보 찍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킹더랜드’는 이준호 팬덤에서 볼만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안정된 연기로 감성을 전하며 팬덤 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자층의 확보에 성공했다. 미세한 연기력으로 구원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았다는 말의 대표적인 사례로 통한다.
한때의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끝까지 천사랑을 사랑하는 진심을 보이는 ‘멜로적 인간’ 외에도, 기업의 중역이나 간부들보다 최일선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들의 노력과 땀의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 CEO로서의 매력을 발산했다. 그래서 ‘킹준호’라는 별칭이 잘 어울린다.
윤계상은 2004년 그의 첫 영화인 ‘발레교습소’에서 연기할 때만 해도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무채색 배우다. 채워넣기가 좋다. 그룹 god 시절에는 잘생김 담당이기도 했다. 2016년 ‘굿와이프’에서 화이트 셔츠가 잘 어울리는 로펌 대표로 수트빨을 자랑하다, 그 이듬해 영화 ‘범죄도시’에서 무지막지한 ‘최고의 빌런’ 장첸으로 변신했다. 극과 극 변신이었지만, 로펌 대표도 윤계상이었고 범죄 두목도 윤계상이었다. 그는 졸지에(?) 캐릭터 부자가 돼버렸다.
최근 종영한 ENA ‘유괴의 날’의 김명수라는 캐릭터도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유괴범인 김명수는 납치된 아이 최로희를 맡은 13세 신인배우 유나와 함께 케미를 만들어가야 한다. 윤계상이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윤계상은 로희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을 낮추거나, 바보처럼 망가지는 연기를 틈틈히 선보이며, 보는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었다. 언뜻 주성치나, 짐 캐리 느낌도 났다. 납치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간이 자신을 유괴한 김명수가 되는 아이러니를 만들 수 있도록 연기를 다면적으로 펼쳐나가야 했다.
윤계상은 코믹 버디 스릴러인 ‘유괴의 날’을 끝까지 살리며, 최로희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진정한 어른으로 존재하며 보는 이들의 응원을 부르기도 했다. 윤계상은 어려운 김명수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끌고 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내년이 25주년이 되는 god의 공연을 앞두고 요즘은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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