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의 갯벌, 인류의 유산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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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신안특집ㅣ갯벌, 세계자연유산으로]
서천·고창·보성·순천 등과 함께 세계자연유산 등재

증도면 기점소악도 갯벌 일몰.
해양생물학계에 따르면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의 70% 이상이 갯벌이나 염습지(염분을 함유한 습지)에서 생의 일부를 보낸다고 한다. 큰 고기들도 결국에는 하구역이나 갯벌과 염습지 식생 등 연안 생태계에 의존한다는 말이다. 어시장 수산물의 80~ 90%가 연안 생태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갯벌의 생태·경제적 가치가 실로 막대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 갯벌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16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갯벌의 기능은 경제적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염된 하천수가 바다로 나가기 전에 걸러 주는 ‘천연 스펀지’ 역할을 하며, 빗물 등 표면수의 급류를 일차적으로 차단, 흡수한 후 천천히 방류시키는 동시에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높은 수위를 일단 낮출 수 있다. 따라서 하안이나 해안의 침식을 막고 홍수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완충지 역할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좋은 서식처이며, 최근에는 순천만처럼 관광 휴식 장소로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제가치 연간 16조원
올해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getbol’이라는 우리나라 이름을 그대로 영어로 옮겼다. 문화유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재가 어려운 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4개 갯벌이 지정됐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면적 가운데 신안의 갯벌이 차지하는 면적이 85%. 사실상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신안 갯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안은 단일군으로 국내 전체 갯벌 면적의 85%를 차지한다. 갯벌의 크기만 압도적인 것이 아니다. 종류도 펄, 모래, 혼합, 자갈 등 전 세계 모든 형태의 갯벌을 신안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두꺼운 최대 40m의 펄 갯벌 퇴적층은 해외 해양생태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등재 면적 중 85%가 신안의 갯벌
신안 갯벌의 생태학적 가치는 국내외 다른 지역의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지질다양성에 기초한 서식처는 해조류 144종, 대형저서 동물 568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적 희귀새인 멸종위기 1급 청다리도요사촌,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와 멸종위기 2급 노랑부리저어새, 흰목물떼새 등 다양한 종류의 조류가 발견되고 있다.
어류의 경우는 계절마다 많이 잡히는 종류가 다르지만 숭어, 전어, 밴댕이, 농어, 황복, 풀망둑 등이 대표적이다. 신안 갯벌에서 서식이 확인되거나 관찰된 물새의 종류는 120여종에 달한다.(국내에 기록된 물새류는 모두 173종) 신안의 갯벌이 바다새의 소중한 산란지이며 서식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압해도 갯벌 일몰.
인체에 좋은 미네랄·게르마늄 풍부
갯벌에는 칼슘·인·칼륨·유황·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하다고 한다. 미네랄은 혈관을 정화하고, 각종 영양소의 분해 및 합성을 도와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게르마늄은 몸 속의 산소를 빠르게 각 조직으로 전달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작용이 있는데 이 요소들이 부족하게 되면 면역기능이 저하된다고 한다. 갯벌에서 열리는 머드 페스티벌에 국내뿐만 아니라 서양인들까지 몰려들어 열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증도면 신안갯벌센터.
신안 갯벌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증도에 있다. 신안 갯벌센터, 슬로시티센터(구 증도 갯벌생태전시관)가 그 곳.
신안군 증도면은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2006년 문을 연 이 곳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국내 최대이자 최초의 갯벌생태 교육공간이다. 갯벌의 탄생과정과 우리나라 갯벌의 모습, 갯벌에 사는 여러 생물들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과 갯벌에 대한 홍보영상물도 수시로 상영된다. 밀물 썰물의 관찰과 소리체험이 가능한 체험전시관에는 갯벌의 생태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지도읍 송도 새우젓위판장.
추젓.
백하로 만드는 김치는 왜 감칠 맛이 돌까
최고의 새우젓이 만들어지는 임자도 전장포
신안에서 나는 새우를 백하白蝦라고 한다. 방언으로는 젓새비 혹은 잔새비라 부른다. 새우젓을 담아놓으면 그 색깔이 하얗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임자도를 중심으로 한 어장에서 잡히는 새우는 가을이면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봄에 다시 얕은 곳으로 돌아오는 회유 습성을 가지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신안의 펄에 서식하는 새우로 만드는 젓갈은 국내 최고의 품질로 가격도 가장 비싸다. 겨울을 먼바다에서 보낸 후 음력 오뉴월 산란 직전에 연안으로 돌아온 새우는 배에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고 알이 꽉 차 있다. 그런 놈들로 만드는 오젓과 육젓은 최상품이 한 드럼에 1,000만 원까지 간다고 한다.
새우잡이 배들은 임자도 포구인 전장포로 모인다. 포구에 닻을 내리자마자 곧바로 국내 최고 품질의 신안 천일염으로 염장해 새우젓을 만들기 때문에 그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장포 사람들은 새우젓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1970년대 네 곳에 토굴을 만들었다. 지금은 젓갈은 보관하지 않고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로만 존재하고 있다.
전장포 부두에는 곽재구 시인이 쓴 ‘전장포 아리랑’ 비석이 새우 모형과 함께 서있어 관광객들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나는 새우젓은 연간 1만3,000톤인데 신안군에서 나는 것이 1만 톤이다. 전국 유통물량의 77%를 신안군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임자도 민어가 유명한 이유도 백하 덕분. 민어는 산란철인 6월과 7월에 풍부한 새우를 먹기 위해서 임자도로 몰려든다. 신안의 새우 백하는 민어와 신안 사람들에게 고마운 존재다. 백두대간 총 도상거리 1,400km와 남한 701km 거리 중 남원 여원치女院峙에서 고남산古南山(846.8m) 구간은 고도가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다. 470m 높이의 여원치는 예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전라도와 경상도로 이어지는 큰 길목에 있어 굵직한 역사적 현장의 주 무대가 되었다.
여원치는 고려 말, 함흥 출신의 변방 무사가 중앙무대에 존재감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380년 고남산 아래 운봉읍과 황산(698.7m) 일대에서 이성계李成桂(1335~1408)는 3,000 병력으로 아지발도阿只拔都가 이끄는 1만이 넘는 왜구를 섬멸했다. 이 싸움이 바로 ‘황산대첩荒山大捷’이다. 큰 싸움에서 승리한 후 12년이 지나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뒤 이 산을 태조봉太祖峰 또는 제왕봉帝王峰으로 불렀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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