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어서 기억 못 하지?” 아내 폭행한 다음날 남편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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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이준목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진심으로 사과를 해도 될까말까인데, 100중의 10 정도만 ‘미안은 하지’라고 하고서 나머지 90은 ‘그랬으니까 맞을 만했지’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의 화를 부르는 말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있으면 또 때리겠다는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가해자에게 전문가가 날린 일침이다.

10월 30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59회에서는 ’30년째, 당신에게 오만정이 떨어진 이유, 리셋 부부’ 편을 통하여 가정폭력이 낳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결혼 35년 차인 이문성-심정분 부부는 딸의 권유로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딸은 방송을 통하여 엄마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사연을 신청했다고. 남편은 아내와 여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상담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윽박지르지 않고 자상하고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만 정이 떨어졌다” 아내도 딸도 등돌린 이유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한 집에서 지내면서도 각방을 쓰고 있었고 아침에 마주쳐도 별다른 대화 한마디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내는 남편에게 말 없이 아침밥을 차려주고 인사도 없이 출근길에 나섰다.

35년간 거의 매일같이 아침을 챙겨줬다는 아내는 어느날 하루는 피곤하여 늦잠을 잤는데 돌아온 것은 “이게 미쳤나?”라는 남편의 폭언이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배려없는 언행에 크게 상처받은 아내는 올해 5월 이후 남편과 그나마도 소원하던 대화를 아예 단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내는 “오만 정이 떨어졌다. 말하기가 싫다”라며 진저리를 쳤다.

택시운전을 하는 남편은 서먹한 아내와는 달리, 승객들과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사실 아내와도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도, “따로 생활한 지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안 나오게 된다”는 속내를 밝혔다. 반면 아내는 “남편은 내 이야기를 한 번도 다정하게 들어준 적이 없다. 남편의 말을 듣고 ‘과연 나는 이 집에서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내의 고생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가 폭언으로 상처받았던 그날에 대하여 “기억이 정확히 안 난다”고 얼버무렸다. 오은영은 “아내가 안 나오면 어디가 아픈가라고 걱정하는 게 우선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나는 밥이나 차려주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 입장을 생각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한 남편에게 오은영은 “지금부터는 역지사지로,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라”고 당부했다.

한편 남편의 불만은 아내의 과도한 음주였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는 매일같이 한  병씩 음주를 한다고 인정했다. 남편은 아내가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매일 술을 마신다면서 도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1995년부터 생활비를 못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아내는 혼자 돈을 벌어서 아이 양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왔다고 주장하며, 남편은 일을 구해서 생활비를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이에 남편은 생활비를 안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당시에는 아내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 택시를 처음 할 때는 박봉이라 아내가 원하는 생활비를 줄 수 없었다. 대신 큰 목돈이 들어가는 일은 내가 다 냈다”고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내는 남편이 생활비를 안 준 대신 꾸준히 돈을 모아 집을 장만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자택을 공동명의로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명의로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지나온 세월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남편은 공동명의를 해달라는 말 자체를 못 들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남편은 아내가 공동명의로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면 처음부터 해줬을 것이라며, 어차피 자신이 죽으면 아내와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생활비 공방에 대하여 양측의 입장을 모두 분석한 뒤, “남편이 감당한 것은 전체 생활비의 10% 정도이고 아내가 90%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다했다. 다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35년간 생활비의 90% 이상을 감당한 아내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딸의 결혼식 비용이나 자택의 공동명의 문제 등에 있어서도 부부는 서로 다른 기억을 주장하며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은영은 부부의 근본적인 문제로 “한이 맺히고 상처가 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서로 기억이 다르니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끝난다”고 지적했다. 아내가 공동명의를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아내의 입장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남편의 문제점을 짚었다.

엄마가 맞는 모습 보고 자란 딸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한편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자신의 방에서 또다시 술을 마셨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내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룬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집에 오면 외롭고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까. 중독 아닌 중독이 된 것 같다”고 밝히며 “거실에서 술을 먹다가 남편과 마주치면 그 한숨소리가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고 싫다. 남편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 속이 편하다”라며 감정의 골이 깊음을 드러냈다.

부부는 극심한 갈등으로 한때 별거를 했고 이혼 위기까지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이 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정작 남편의 진짜 병명은 치질이었다는 황당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남편은 당시 피를 흘릴 만큼 건강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라며 ‘의사의 오진’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전문의인 오은영이 거듭 사실을 추궁하자 결국 남편은 자신의 ‘지레짐작’이었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남편은 아내의 음주를 싫어하는 또다른 이유가 “술을 마시면 싸움이 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내는 술의 힘을 빌려 남편에게 종종 서운함을 털어놓고, 남편은 이를 주사로 받아들여 말싸움이 난다고.

부부는 저녁에 방문한 딸과 사위 부부와 함께 자리를 가졌다. 아내는 퇴근한 남편이 합석하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주방으로 자리를 피했다. 딸 역시도 아빠와는 서먹서먹한 사이로 엄마의 입장에 공감했다. 모녀는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과 아빠에게 마음을 닫아걸게 된 20여 년 전의 ‘결정적인 사건’을 회상했다.

당시 아내는 다른 가게 사람과 말다툼이 난 상황이었는게 뒤늦게 나타난 남편이 전후 상황을 들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아내를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아내는 동네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얻어맞으며 엄청난 수치와 모멸감을 느껴야했고, 당시 10대였던 딸도 엄마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상처를 받았다.

남편은 아내를 폭행한 이유가 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때린 건 내가 잘못했다. 그런데 네가 한 행동은 왜 이야기를 하지 않냐”고 아내에게 항변했다. 남편은 아내가 덤벼들어서 폭력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목격자인 딸은 “아빠가 나 어렸을 때 늘 보여주는 모습은 엄마를 때리는 거였다”고 증언하며 남편의 가정폭력이 상습적이었음을 암시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폭행을 한 다음날 “술을 먹어서 기억을 못 하지?”라고 약을 올렸다고 증언하며 “기억을 못 한 게 아니라 대답하기 싫어서 말을 안 한 것”이라고 쌓아놨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아내로서는 남편에게 폭행당하며 두려웠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던 것이다. 남편은 그제서야 비로소 아내가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이에 남편은 과거 폭행 전력에 대해서는 자신 역시 후회한다면서도 “아내가 또 덤벼들고 이러면 나도 주체를 못 한다. 그런 걸 없애기 위해서 아내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꺼내면 하지 말라고 차단을 하게 된다”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오은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유를 막론하고 폭행은 안 된다. 폭력을 쓰는 주체가 내 가족, 배우자, 부모라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역시사지의 관점에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고 생각해보시라, 폭행은 형사처벌을 받을 일이다”라며 가정폭력의 심각성에 둔감한 남편의 태도를 꼬집었다. 가정폭력은 당사자인 아내는 물론이고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던 딸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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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화검사(KFD)에서 아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남편의 존재감이 크지 않고, 분노와 적대감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본인의 심각한 알코올 문제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회피하며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은 독재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은영은 “부부는 사랑을 나누고 상처받거나 힘들 때 위로를 해주는 관계다. ‘보호’는 가족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가 타인과 다투고 있는 와중에 보호를 해주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했다. 아내에게는 엄청나게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나아가 자녀에게도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당시 사건이 남긴 의미를 분석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이 겉으로는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사과보다 변명과 남탓에 치우친 대화 방식을 지적했다. 아내와 딸 모두 남편과 아빠가 들어올 때마다 ‘한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혀서 미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훈육도 아이들의 자존심과 체면을 생각해서 남이 안 보는 곳에서 하라고 권유한다. 가장 소중하게 대해야 할 남편이 아내를 함부로 대하면 다른 사람도 아내를 함부로 대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내는 공개 폭행 사건 이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얕잡아보는 태도와 말투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은영은 “자녀의 뿌리는 부모다. 그런데 한쪽 부모가 상대를 때리거나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자식에게 ‘나의 뿌리가 형편없다’, ‘그래서 너는 형편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아내는 술의 힘을 빌려서 기억하기 싫은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은 이를 술 마시고 남편에게 대들고 덤빈다고 받아들인다”라고 분석했다.

남편에게는 “과거의 폭력에 대하여 아내와 딸에게 ‘아무 조건없이’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주문하며 사과에 불필요한 변명을 덧붙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아내가 원하는 공동명의에 대해서는, 배우자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의 차원에서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아내에 대해서는 “술에 대하여 쉽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혼술보다는 날짜를 정하여 지인들과 함께 마실 것”을 당부했다. 대신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아내가 과거 젊은 시절 패션업계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서 ‘시니어 모델’ 일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아내는 비로소 홀가분한 표정으로 “내 마음에 있는 것들을 위로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남편도 솔루션을 수용하면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속도 편안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남편은 처음으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했다. 노부부는 녹화 이후 지역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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