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누런 셔츠, 120만원짜리였다.. 과묵한 순정의 포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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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영화 ‘범죄도시2’에서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의 악당 ‘강해상’ 역할을 맡은 손석구. 그의 쌍꺼풀 없는 눈매는 속내를 알 수 없어 자꾸 궁금하게 만든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최근 국내 유명 패션매거진의 ‘눈’이 모두 이 남자에게로 향했다. 배우 손석구(39). 10여 매체에서 모두 그의 화보를 찍고 싶어한 것. 패션지 화보는 곧 스타성과 화제성을 말하는 지표. 지금 가장 핫(hot)한 남자라는 뜻이다. 드라마 속 대사를 빌리자면 ‘손석구를 추앙(응원하고 따르는 것)’하는 셈. 각종 커뮤니티에선 ‘구며들었다(구씨+스며들다)’며 감정의 만유인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한 패션지 관계자는 “손석구가 내뿜는 밀도 높은 섹시함과 독특한 남성미는 요즘 보기 드물게 독보적”이라고 했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에 자원입대한 이력이나 연매출 55억원의 제조회사를 경영한 과거 등도 화제. 손석구는 어떻게 대세 배우가 되었나. 남성지 패션 디렉터 출신으로 그와 5년 지기 친구이자 현재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이영표 대표, 또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와 의견을 나눴다.

◇”그의 이마 주름에 ‘구며들었다’”

2016년 영화 ‘블랙스톤’으로 데뷔한 6년 차 늦깎이 배우. 오는 5월 18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2′의 악역 강해상으로 주연을 맡긴 했지만, 영화계 스타들에게 따라 붙곤 하는 ‘천만 (관객 동원) 배우’도 아니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이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의 최고 시청률은 8회까지 현재 3.9%(8회). 숫자로만 보면 대중적인 인지도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 남자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단순한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의 야성미, 제임스 딘이나 이완 맥그리거에게서 보던 이마 주름 등이 손석구의 첫 번째 트레이드 마크다. 흔한 말로 나만 알고 싶은 남자랄까. 천진한 소년 같은 순박한 미소(드라마 ‘최고의 이혼’)를 짓다가, 지적(知的)이면서도 차가운 눈빛(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으로 순간 바뀌고, ‘꼬소해’ ‘포근해’ 같은 사랑스러운 용어로 상대를 무장해제(드라마 ‘멜로가 체질’) 시킨다.

능청스러운 역할을 소화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CJ ENM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한 장면. 밀짚모자도 작품에 맞게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 직접 구매했다./JTBC

능청스러우면서도 개구진 말투(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로 훅 다가오기도 한다. 김도훈 칼럼니스트는 “어리고 예쁘장한 외모에 무해(無害)한 남성성에 대한 찬사 속에서 다른 결을 지닌 손석구는 그 자체로 상당한 존재감’이라면서 “어둡고 과묵하면서도 삐딱해 보이는데 유머 넘치는 일본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의 매력이나 1990년대 ‘모래시계’ 속 이정재 같은 순정파 상남자의 특징을 고루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두툼한 눈두덩이에 쌍꺼풀 없는 ‘무쌍마초’ 스타일 눈매는 의뭉스러워 보이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어 자꾸 궁금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사포질한 면티, 더럽힌 120만원 셔츠…패션도 연기다

손석구의 등장에 화면의 무게추가 옮겨가곤 한다. ‘멜로가 체질’에선 특별출연이었지만 주조연급으로 급부상했다. ‘해방일지’ 속 마냥 심드렁해보이고, 다가가기만 해도 경계 경보가 울릴 것 같은 구씨를 향해 “아니, 구씨 그게 뭐라고!”라고 애써 외면하려다 빠져드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중 웅얼거리는 듯한 말투는 찬반이 갈린다. 우리말 연기를 영어처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학교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한 유학파로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미술과 영화를 전공했고, 캐나다에선 극단 활동을 했다. 지진희 등 손석구와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은 사석에서 “손석구의 호흡이나 대사 처리 방식이 남달라 귀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소 자신을 옮겨다 놓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상당 부분 철저하게 준비된 연기다. 손석구의 스타일링을 맡은 이영표 대표는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외형과 스타일로 첫인상부터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하게 인식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드라마 ‘지정생존자’의 청와대 행정관 역할을 위해 다큐멘터리를 보며 연구했다는 그다. 일명 메리야스 위에 셔츠를 입는 모습을 재현하겠다고 주장했고, 실제 흰색 민소매 러닝을 입고 찍었다.

무기력한 알코올중독자로 변신한 ‘나의 해방일지’에선 목 늘어난 단벌 티셔츠로 버티는 것 같지만, 실제론 동묘에서 구입한 헌 옷을 사포질하고 락스물에 빨아 자연스레 닳은 듯 보이게 했다. 상대역 염미정(김지원 배우)과의 로맨스가 싹트는 아이스크림 장면에서 입었던 옷도 화제다. 때에 전 누런 셔츠를 만들기 위해 120만원짜리 톰포드 흰 셔츠를 직접 사서 바로 더렵혔다고 한다. 셔츠 하나도 구씨의 과거를 담은 스토리의 일부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손석구에게는 ‘해방일지’ 드라마 초반 대사가 없는 것도 고민이었다.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해내려 내내 잠을 설쳤다고 한다. 여성들이 열광하는 매력 포인트에 정작 본인은 무심한 편이라는 게 주변 얘기다. 이영표 대표는 “미남형은 아니더라도 차별성 있는 외모, 그리고 대화할 때 엉뚱한 면모가 이성에게 충분히 인기 끌 수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른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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