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상대로 주택형 변경 요구
“3년 못팔아..종부세도 못 내”
단군 이후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손꼽히는 서울 ‘둔촌주공(5930가구)’에서 ‘1+1 분양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다주택자 세제가 강화된 데다 임대사업과 전매 등이 막혀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둔촌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 내 1+1 분양을 받은 조합원 63명은 최근 조합을 상대로 분양 주택형 변경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1 분양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에게 기존 주택 권리가액 내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을 한 채 더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들이 주택형 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세금 폭탄’ 때문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다주택자 세제를 강화하면서 마음이 바뀐 1+1분양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발표한 ‘7·10 대책’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이 기존 3.2%에서 6.0%로 두 배 가까이 상향됐다. 여기에 공시가격도 크게 높아지면서 한 가구만 가지고 있을 때보다 매년 수천만원의 종부세를 더 내야 하는 경우가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는 세금 감면 혜택이 있는 임대사업자 제도까지 폐지되면서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보유세 부담이 커도 현행법상 바로 매매나 증여하기가 불가능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1+1 분양자는 분양받은 소형 주택을 이전고시 다음날로부터 3년 동안 전매할 수 없다. 3년간 매매, 증여 등을 못하고 꼼짝없이 보유세 폭탄을 맞아야 하는 셈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1+1 분양자 A씨는 “나이가 많아 직장에서 은퇴한 조합원은 매달 수백만원 수준의 종부세를 부담할 능력이 없다”며 “국가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게 바뀌면서 피해를 보게 된 1+1 분양자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업 일정 지연과 다른 조합원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최근 조합 대의원회에서 주택형 변경 안건이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울 내 다른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6월 공사를 마치고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라클라스(삼호가든3차 재건축)’ 조합원 34명은 3년간 전매를 제한한 도정법 76조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해당 소송을 대리하는 이승원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헌법소원 제기 후 신반포15차, 경희궁자이, 은평4구역, 대치2지구, 청담삼익,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등 서울 전역 재건축 단지에서 1+1 분양자의 문의가 쏟아졌다”며 “매매나 증여를 막아 놓고 징벌적 수준의 종부세를 과세하는 것은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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