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성지순례’는 SNS 핫 플레이스를 탐방하는 ‘좋아요의 성지’ 특집으로 꾸려졌다. 낯선 속세의 땅에 발을 들인 성직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속세의 성지를 탐험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새롭게 등장한 ‘뉴페이스 성직자 3인방’ 차성진 목사, 송산 스님, 유경선 신부는 올림픽공원, 이태원, 성수동, 압구정 로데오거리 일대를 넘나들며 MZ 세대의 핫 플레이스를 경험했다. 성직자들은 개성 넘치는 편집숍부터 초호화 애프터눈 티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알차게 즐겼고 이는 에피소드 자체만으로도 생경하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개신교, 불교, 천주교 성직자들이 성 소수자(LGBTQ)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했다. 이태원에 자리한 ‘좋아요의 성지’를 찾은 성직자들 사이에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올랐다. MC 풍자는 “’성지순례’를 하면서 언젠가는 이 주제가 한번 나오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가 앉아 있기 때문에 어려우실 수 있지만, 성직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편안하게 말씀해 주셔도 된다”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먼저 차성진 목사는 “나는 성경을 따르는 사람이고 성경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동시에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말한다. 결국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모두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존재들이기에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아예 동성애의 존재와 인권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유경선 신부는 “이런 질문이 종교인들한테는 너무 폭력적인 질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종교는 꼭 윤리적인 답을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나는 불편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저희 사랑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을 물어봐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MC 김이나는 “성직자에게 이러한 문제를 굳이 물어보는 게 폭력적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한 거였다. 우리도 뻔히 알면서 물어보는 거지 않냐”며 “오늘 좋은 깨달음 얻어 간다”고 감명하였다.
MC 풍자도 조심스럽게 본인의 소신을 전했다. 풍자는 “모든 사람은 나와 다를 수 있다”며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나와 다르다고 공격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대놓고 혐오적인 표현을 하고 공격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스튜디오 MC들도 “반대할 자유는 있지만, 공격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라며 풍자의 말에 동의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