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 오려면 수십억 먼저 내라\”.. ‘보증금’ 관행 여전한 리모델링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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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자취를 감춘 현장설명회 보증금(현설보증금) 요구 관행이 리모델링 현장에서는 여전이 없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 입찰 전 진행되는 현장설명회에서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미리 받는 이 방식은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가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관련 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리모델링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현설보증금이 유지되고 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시공자 입찰공고를 낸 청담신동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입찰보증금 50억원 중 2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날까지 내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현장설명회가 입찰마감일(11월 18일)보다 3주가량 앞서 진행되는데도 이 자리에서 입찰보증금의 40%를 받기로 한 것이다.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전경.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전경.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

용산 이촌코오롱아파트 리모델링조합도 지난달 낸 시공사 입찰공고에서 입찰보증금 100억원 중 10억원을 현장설명회 참석보증금으로 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현장설명회를 연 수원시 매탄동남아파트 리모델링조합도 입찰보증금 60억원 중 1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에 걷었다. 대부분의 조합들이 입찰보증금의 10~40%에 달하는 금액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납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설보증금이 사라진 재개발·재건축 사업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거 정비사업의 경우 입찰보증금 납부가능 시점에 대한 규제가 없어 시공사 선정의 첫 단계인 현장설명회에서부터 일부를 납부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에 일부 조합은 건설사들의 수주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현장설명회에 앞서 미리 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현설보증금이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자금력이 약한 소규모 건설사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폐해도 발생했다. 이에 지난 2월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개정하면서 입찰마감일 5일 이전에 보증금을 내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 이후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공고에서는 입찰보증금 납부가능 시기를 개정안에 따라 공고하고, 이를 어길시 입찰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문구를 넣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시공사를 선정한 북가좌6구역 재개발 조합의 경우 DL이앤씨와 롯데건설이 현장설명회 당일 입찰보증금 500억을 납부하자 건설사 측에 보증금을 가져가라고 한 바 있다.

입찰보증금이 적은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서도 입찰기한에 맞춰 입찰보증금을 걷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난 2일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817,826번지일대 소규모 재건축 사업 조합에서도 입찰보증금 20억원을 입찰마감 전일까지만 납부하는 것을 입찰요건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입찰을 마감한 강릉시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조합도 입찰공고문에 입찰보증금 10억원을 마감일 5일 이전에 납부할 경우 참여자격이 박탈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은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하도록 돼있어 여전히 대부분의 조합들이 현설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 청담신동아파트와 이촌코오롱아파트가 대표사례다. 심지어 일부 조합의 경우 현설보증금을 현금으로 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중소건설사들의 입찰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견건설사인 A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리모델링 사업이 크게 활성화돼있지 않고, 입찰보증금도 정비사업에 비해서는 작은 수준이지만 중소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B 건설사 관계자도 “현재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작은 사업이라도 들어가보려고 하는 상황인데 현설보증금이 유지된다면 경영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이 점차 확산하는 만큼, 관련 기준을 정비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기준이 2017년 2월 마련된 이후 한차례도 개정된 바 없다는 점에서 관련 법령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는 리모델링이 일반적이지 않기때문에 기존 정비사업에 적용되는 규제가 빠진 부분이 있다”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 것을 대비해서 정비사업과 동일한 수준의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현설보증금을 내는 관행을 없애거나 입찰보증금 금액을 줄여 건설사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는 있다”면서 “현재 주택공급난이 있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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