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양육비를 한 번도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가족이 72%에 달하고 한부모가족 절반 이상이 정부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족 가구주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거나(72.1%) 최근에 받지 못한 경우(8.6%)는 80.7%였다.
법적으로 양육비 채권이 없는 경우는 78.7%, 정기 또는 일시지급 채권이 있는 경우는 21.3%다. 법적 양육비 채권이 없는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급 받은 비율은 2.6%에 그쳤다. 법적 채권이 있는 경우 63.8%만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 받았다고 답했고, 2018년 조사 때보다 2.7%p 늘었다.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해 청구소송(9.5%)을 진행하거나 이행확보절차(10.5%) 등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한부모가족 절반 이상(54.4%)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비율이 2015년(41.5%)과 2018년(46.0%)보다 늘었고 조사가 시작된 2012년(30.4%)보다는 20%p나 늘어났다. 아동양육비 지원 자녀연령이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되고 생계급여 대상 한부모 아동양육비를 추가지급하는 등 지원 정책이 늘어난 영향이다. 저소득 한부모 대상 아동양육비 지원 규모는 2017년 7만5000명에서 2018년 18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한부모가족들이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양육비 긴급지원 확대'(44.4%)가 가장 많았고 ▲미이행자 처벌 강화(31.5%)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 강화(23.6%) 순으로 나타났다. 미이행자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답변은 2015년(23.4%)보다 8.1%p 늘어났다.
코로나19로 해고나 퇴직, 폐업을 경험한 한부모가족은 14.0%다. 이중 절반 가량이 일자리의 변화를 겪었고, 소득수준이 감소(25.4%)했거나 실직(5.2%)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비·양육비 지원(64.5%), 시설·임대주택 등 주거지원(12.0%)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부모가족의 평균연령은 43.6세, 이혼(81.6%) 상태인 경우가 가장 많고 자녀 수는 평균 1.5명이다. 모자를 중심으로 조부모 등 다른 세대원이 함께 거주하는 모자중심가구(67.4%)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2018년 조사보다 1.9%p 증가했다. 한부모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245만3000원으로 전체 가구 소득 대비 58.8% 수준에 그쳤다.
한부모가족 70% 이상이 양육비·교육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녀 연령대별로 양육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달랐다. 미취학 자녀를 둔 경우 양육·교육 정보 부족(65.3%), 돌봄인력 확보 어려움(64.1%)을 호소했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는 진로지도의 어려움(58.1%), 양육 스트레스(51.5%)라는 응답이 많았다.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경우 진로지도의 어려움(67.0%)과 학업성적(59.2%)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부모가족의 돌봄은 시설보육(84.0%)이 매우 많고 직접 돌보거나(9.0%), 조부모(5.5%)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소수였다. 초등자녀는 돌봄교실이나 방과후교실을 이용하는 비율이 절반(48.4%)에 달했다. 자녀 또는 한부모 본인의 비양육부모와 연락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자녀 57.5%, 한부모 65.6%로 절반 이상이었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답한 자녀는 10.2%, 한부모는 2.6%에 그쳤다.
여성가족부는 중장기적인 한부모가족 정책인 ‘제1차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양육비 지원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할 계획이다. 아이돌봄 서비스 등 자녀돌봄 정부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한다. 비양육부모 양육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다각도로 추진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양육비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며 “이번 실태조사결과를 토대로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자녀양육 부담을 경감하고, 고의적인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이행확보 수단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