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행복 주택’ 등 내세워
지난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통일국민당 후보였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당시 반값 아파트는 공급자가 개발이익을 줄이고 정부는 장기저리로 집값의 50% 이상을 빌려주면 가능하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놨는데, 보수진영에서 이런 전통이 더 강하게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보금자리주택’을 공약으로 내놓고 17대 대선에서 당선된 뒤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과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주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서울 강남권에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의 반값 수준이었으며 당시 처음으로 ‘로또 아파트’라는 말이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인 ‘행복주택’을 공약으로 내걸고 18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행복주택은 애초 20만호를 건설하기로 했으나 유수지 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면서 철도유휴부지를 중심으로 14만호를 짓는 것으로 물량이 축소됐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 말기에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꾸준히 공급됐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한 바 있고 최근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반의 반값인 ‘쿼터아파트’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홍 의원은 지난 2009년 토지는 정부가 보유하면서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처음 법제화한 주인공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 강북의 공영재개발구역에 토지임대부 방식을 전면 적용해 분양가를 시세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토지임대부 주택이 실제로 ‘반값 아파트’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토지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소유로 놔두고 건물만 분양하기에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반값이 아니라 제값(건물값)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입주자가 토지에 대해선 따로 월세처럼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토지임대부 주택의 단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이 비교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가 임기내 1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기본주택은 중산층도 입주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공공주택으로 장기임대형과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나눠진다. 윤석열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은 청년층에 한정해 공공분양주택을 원가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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