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10년 차 군인에서 트로트 신예 되기까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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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스포츠경향]

리얼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찬, 힘이 있는 가수다.

긍정적인 사람에겐 한계가 없다. 탄탄히 쌓아 올린 내면의 단단함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게 도와준다.

이 희망찬 메시지가 다름 아닌, 트로트 신예 당찬에게서 생생히 전달됐다. 그가 가진 긍정의 힘이 훈훈한 마음을 투명하게 내비친다. 이런 순수함이 당찬의 매력이고, 이는 곧 그의 음악이 지닌 정체성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거리가 멀어야만 했던 올 한해는 가장 사람이 그리웠던 시간이기도 했다. 때 묻지 않은 온기가 절실해진 시기, 당찬이 노래하는 따뜻함이 더욱 돋보인다.

스포츠경향에서도 당찬의 힘을 주목했다.

■노래를 사랑한 10년 차 군인

2016년 데뷔한 당찬은 신인의 풋풋함과 30대 중반의 성숙미가 고루 어우러져, 트로트 마니아층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재치 있는 넉살과 환한 미소에 ‘본 투 비 트로트 가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반전은, 그가 사실 10년차 군인 출신이라는 것.

“안정감에 이끌려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택했어요. ‘딱 4년만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군 생활이 편해졌어요. 물론 정신적·신체적 피로도 있었죠. 그래도 군대라는 조직이 일 년만 한 바퀴 돌리고 나면 비교적 비슷하게 흘러가는 곳이더라고요. 또 선배들과 지내는 것도 재밌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 차 군인이 돼 있었어요.”

비록 가수와는 거리가 먼 군인의 길을 걷게 됐으나 당찬은 늘 노래와 함께였다.

“군인 생활을 하면서도 노래의 끈을 놓을 순 없었어요. 군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으면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정신 차리고 보면 노래를 부르고 있었죠. (웃음) 또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부르고 오는 게 삶의 낙이었어요. 노래 사랑이 부모님에게도 느껴졌나 봐요. 어느 날엔 부모님이 먼저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도전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당시 당찬은 이미 두 아이의 아빠가 돼 있었다. 스물셋,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랑을 찾아 결혼했지만 성격 차로 각자의 길을 걸어야 했다. 홀로 아이들을 양육해야 했기에 가수로서 첫발을 내딛는 데 망설임이 많았다.

“두 아이를 홀로 키우기로 했을 때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시도해보지도 않고 꿈을 포기해버리면 아이들에게도 떳떳한 아버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어머니 말씀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좋은 아빠,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선 내 가슴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인생 2막이 열리게 된 셈이죠.”


리얼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으로 더 바빠지고 싶어요”

전역을 결심한 후부턴 맨땅의 헤딩이었다. 크고 작은 가요제에 과감하게 몸을 내던졌다. 무기 없이 전쟁에 뛰어든 상황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도중에 상처로 얼룩진 시간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무작정’이었어요. 가요제에 출전해서 무대 경력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기에 가리지 않고 노래 부르러 다녔던 것 같아요. 가수 당찬을 알리기 시작한 값진 나날이었으나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무대 순서가 기약 없이 밀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행사비로 지역 특산품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서글픈 마음도 있었지만 ‘내일 해가 뜨는 것처럼 언젠가 희망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서러움을 딛고 일어선 과거에도 분명 배울 점은 있었다. 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트로트였지만, 차츰 입상 경력을 하나둘씩 늘리며 그 매력을 알게 된 것. 트로트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단다. 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도 트로트 장르로 정하고, 가수로서 활동을 본격화했다.

“트로트로 길을 정하고 나서 내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직접 발품 팔아 좋은 작곡가를 찾아다녔죠. 노력 끝에 ‘누나야 누나야’라는 곡을 받을 수 있었어요. 동요 ‘두껍아 두껍아’에서 모티브를 얻은 개성 있는 노래라 마음이 끌렸어요. 데뷔곡인 만큼 의미가 컸어요. 진짜 가수가 된 기분이었달까요. 제사상에 음반 CD를 올릴 정도였다니까요. (웃음)”

데뷔곡은 좋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지금의 소속사의 눈에 띄어 가수로서 새로운 도약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눈부신 날개를 펼치지 못했어도 괜찮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조금씩 전진 중인 것에 보람을 느끼는 당찬이다. 앞에 드리워진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던 건 두 아이의 응원 덕택이라고.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팔불출 면모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행복이 엿보인다.

“열세 살 딸과 열한 살 아들이 있어요. 딸은 제 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똑똑해요. 제 무대를 모니터링하며 매니저 역할을 자처해요. 한번은 무대에서 음 이탈 실수를 해 딸에게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온 적이 있어요. ‘무대에 오르느라 고생 많았지만 부족한 점이 보였고, 보완하기 위해 금연을 하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죠. 덕분에 금연한 지 한 달째네요. (웃음) 아들은 무뚝뚝하면서도 속이 깊어요. 한 방송에서 아버지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MC의 요청에 ‘쫄지마’라고 말할 만큼 표현이 서툴러요. 하지만 제게 없어선 안 될 든든한 존재예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당찬이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더 나아가 부끄럽지 않은, 따뜻한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

“‘누나야 누나야’도입부에 제 아이들 목소리를 넣었어요. 아이들 목소리로 노래에 훈훈함을 더하고 싶었거든요. 이처럼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발매한 앨범을 보면 어두운 분위기, 밝은 분위기의 노래가 한 곡씩 있어요. 삶이 힘들어도 밝은 모습으로 이겨내자는 취지죠. 오는 12월 중 발표할 곡은 코믹함이 콘셉트인데요. 이 곡 역시도 지친 이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긍정을 노래하고 싶다는 당찬.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끊임없이 헤엄친다면 언젠가 관객들의 마음에 닿으리라고 굳건히 믿는다.

“실력에서나 인성에서나 부족함 없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노래뿐만이 아니라 요즘엔 춤 연습도 한창이에요. 손동작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위해 노력 중이에요. 무엇보다 선·후배들에게 깍듯한 태도를 잃지 않도록 좋은 가수가 될 테니 저 당찬, 꼭 지켜봐 주세요.”

황채현 온라인기자 hch572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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