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해외 팬들의 선물이 정말 많이 왔어요. 예전에는 중국어로 편지가 왔다면 이제는 아랍 등 여러 나라에서 선물이 와요. 아침마다 SNS 팔로워를 팔로워를 체크하는데, 하루에 1만 명씩 올라가요. 곧 100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싸이월드 세대였는데,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OTT 채널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한 김희선은 최근의 변화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했다. MBC 드라마 ‘내일’이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로 글로벌 팬들을 만나게 됐다. ‘블랙의 신부’는 공개 이틀 만에 한국 넷플릭스 2위, 글로벌 순위 8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에 구미가 당길 만한 작품이 없었을 때였는데, 그러던 중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게 됐어요. 이제 나도 OTT에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욕심도 났어요.”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 대기업 임원인 남편과 전교 1등 딸까지, 남부러울 것 없던 서혜승(김희선 분)의 삶은 남편의 불륜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산산조각난다. 그러던 중 친정엄마가 그녀 몰래 가입시킨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 진유희(정유진 분)와 재회한다. 김희선은 한국에만 있는 ‘결혼정보회사’라는 문화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조건, 등급에 맞는 사랑을 하게 되잖아요. 사람에 등급을 매긴다는 게 외국 사람들에게 어색하고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데이팅앱을 많이 사용한대요. 그렇기에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외국 사람들에게 신선하기도 하고 욕하면서도 궁금해하는, 자극적 소재가 될 것 같았어요.”
서혜승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달려가는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순진한 인물. 또한 한 번의 확실한 복수를 위해 수없이 참고 견디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희선은 “말할 기회가 2000번 있는 거 같은데 바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내가 봐도 서혜승이 답답한 면이 있다”면서도 “지혜의 여신답게 큰 그림을 그렸더라”고 설명했다.
“전쟁에서 한방에 이길 방법은 어쩌면 때를 기다리는 거예요. 진유희가 ‘황금의 문’에 들어가기 직전에 끌어내리려고 때를 기다리는 거죠. 고구마가 있어야 사이다가 더 발휘되잖아요. 등장인물이 다 사이다이면 매력이 없을 것 같아요. 서혜승이 등장인물 중엔 답답하지만 계략을 꾸미고 어떻게 복수를 해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해요.”
김희선은 엄마이자 아내로서 공감되는 면도 있었다고 한다. 극 중 남편은 바람을 피고 이혼을 요구한다. 김희선은 “우리 신랑이 바람을 폈다는 건 아니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결국에는 이 사람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해야 해요. 몸이 같이 있어도 마음은 따로 있는 게 오히려 아이에게도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면 ‘보내주겠다’, ‘이혼하겠다’고 할 것 같아요. 매달리면 남자든 여자든 더 싫어할 거 같아요. 요즘은 쿨하게 보내주고 그러잖아요. 앞으로 평균 수명 120세 시대가 온다는데, 서른에 결혼한다 치면 90년을 같이 살게 되잖아요. 남녀가 만나도 2~3년 만에 깨지고 그러는데. 16년, 제가 제일 오래 만난 남자인데 계속 하루하루 갱신하고 있네요. 하하.”
데뷔 30년차가 된 김희선. 현장에서 선배로서 역할이나 부담감에 묻자 “저는 후배들이 저한테 의지할까봐 제가 먼저 후배들에게 의지한다. 계속 철없는 선배로 남으려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선을 향한 후배 배우들의 애정공세가 쏟아졌다. 그들이 김희선을 따르는 이유는 격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때문.
“제가 다가가려고 해도 후배들이 제가 다가가는 걸 받아주지 않았다면 두 번 시도는 못 했을 거예요. 상대적인 거죠. 저희가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을 앞두고도 만나지 못했어요. 하지 마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이잖아요. 밤마다 영상통화를 했어요. 다들 맥주 한 캔 앞에 놓고 2주간 거의 매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작품 얘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뒷담화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하하. 코로나19가 오히려 저희 우정을 더 끈끈하게 맺어줬죠.”
김희선은 다양한 역할을 통해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작품마다 나온다. ‘블랙의 신부’ 제작발표회에서 김희선은 “24년째 재발견되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제가 활동하던 90년대보다 소재가 다양해졌고 콘텐츠가 많아졌어요. 특히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40대 중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졌다는 것에 감사해요. 시대가 변하면서 대중들의 시선도 달라졌어요. 배우로서 감사한 일입니다.”
몇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한국의 대표 미인으로 꼽히는 김희선. ‘예쁘다’는 수식어에 대해 “‘예뻤다’보다는 ‘예쁘다’가 낫지 않나. 지금도 예쁘다가 좋다.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계속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웃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