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상시 주담대 이자 5~6%대
2억 주담대 연이자 600만원→650만원
DSR 규제까지 겹쳐 내년 주택시장 안갯속
특히 제로금리 시대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주식 등에 투자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부담은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거래절벽에 수반된 집값 조정까지 온다면 극심한 침체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우스 푸어(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가 속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 연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조정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3개월 만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간 아홉 번 동결한 이후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이날 0.25%포인트 추가로 올리면서 21개월 만에 기준금리 1%대로 회귀했다.
문제는 이번 기준금리를 인상으로 빚을 내 내집 마련에 뛰어든 영끌족과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위해 금융사에서 돈을 끌어다 쓴 빚투족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준 금리가 이번에 이어 내년 초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시장금리를 빠르게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연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58~4.954%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지난 8월말(2.62~4.19%)과 비교해 3개월만에 하단이 0.96%포인트, 상단이 0.76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혼합형(금융채 5년물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85~5.191%로 지난해 말(2.92~4.42%)과 비교해 0.771~0.93%포인트 상승했다.
혼합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6%에 육박하고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연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는 지난해말 대비 30만원 늘어난 301만원으로 추정된다.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모두 대출금리 인상으로 반영됐다면, 연 3%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의 연이자 부담액은 기존 60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50만원 커진다. 시장 전망대로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른다면 이자부담은 연 950만원까지 늘어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지난달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과 맞물리며 부동산 구매 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은 이미 차가게 식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 건수는 지난해 12월 8만2890건에서 올해 9월 4만3143건, 10월 4만857건, 11월 1만1668건 등으로 크게 줄었다. 금리인상이 예고됐던 데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구매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넷째주(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자료도 비슷한 추세를 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주간상승률이 0.18%를 나타내며 약 1년 만에 0.2% 아래로 처음 내려왔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10월 셋째주부터 5주 연속(0.17%→0.16%→0.15%→0.14%→0.13%→0.11%)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지난 22일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된 상황에 추가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구 중 21개구에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주택 마련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주택가격 조정이 이뤄지면 금리 인상의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주택구매심리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 구입에 사용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시중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앞으로 거래 위축이 가속하고, 대출을 받은 주택 매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시장 매매가 상승속도는 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들도 이자 부담과 대출 한도 축소로 추가 주택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집주인들이 임차인에게 커진 주담대 이자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집이 있던 없던 여러 요인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은 틀림 없어 보인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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