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 매출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수익을 내는 흑자 기업이었다. 국내 판매량은 연간 10만대 미만으로 내수 점유율은 5%에 못 미치지만, 본사인 르노그룹, 르노그룹과 동맹 관계인 일본 닛산이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물량을 위탁하면서 상당한 생산량을 확보한 덕분이다. 특히 닛산이 2014년부터 일감을 위탁한 ‘로그’ 물량이 효자 노릇을 했다. 2015년부터 4년 동안은 로그를 10만대 이상 생산하면서 부산공장에서 연간 만들어 내는 차가 20만대를 넘었다.
그런데 닛산이 2019년 르노삼성 노동조합의 잦은 파업을 이유로 로그 위탁 생산물량을 40% 줄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용 차량 생산이 10만대 아래로 떨어졌고, 이익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에는 아예 로그 일감이 완전히 끊겼고, 르노삼성은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르노삼성은 수출 차량을 직접 판매(세일즈)하지 않기 때문에, 본사인 르노그룹이 일감을 얼마나 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 고정적인 일감을 받거나 인기 차종을 생산해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시설투자·인건비 등 고정비를 부담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자체 연구개발 조직을 갖춘 현대차(005380)그룹과 달리 르노그룹의 생산 기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확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수출용 일감이 주요 수익원이다.
일감이 있더라도 방만하게 운영해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지만, 르노삼성은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 한국GM, 쌍용차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르노삼성은 지난 10년간 수익을 냈고, 로그 생산이 이뤄진 2014년부터는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로그 일감이 줄어든 2019년에도 순이익 규모는 1600억원이었다.
본사가 높은 생산비용을 문제 삼으면서 로그를 대체할 일감을 주지 않으면서 수출용 생산 규모가 2만대 수준으로 줄었고, 부산공장 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그 일감이 끊긴 이후 부산공장에서는 프랑스·호주·남미 지역으로 수출되는 ‘QM6′(수출명 꼴레오스)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생산되고 있는데, 생산량이 수천대 수준에 불과한 데다 계약 물량이 아니고 판매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로그의 빈자리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그룹은 지난해 9월에야 유럽 수출용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를 배정했지만, 이 역시 계약 물량이 아니다. 그룹 내에서 르노삼성과 경쟁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유럽 시장의 인기 모델인 ‘캡처’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산공장의 일감은 매우 낮은 상태다. 다만 XM3가 유럽 시장에서 상당한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르노삼성 일감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국내 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높은 인건비와 노사 갈등을 이유로 부산공장에 일감을 배분하지 않고 있지만, 충분한 일감이 배정됐을 당시 르노삼성은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며 “르노삼성의 수익이 개선될지 여부는 본사가 얼마나 충분한 생산 물량을 위탁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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