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가계뿐 아니라 기업의 실적을 베어 먹을 수 있다는 어두운 현실을 실감하며 시장이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물가가 오르며 월마트, 타깃 같은 미국의 대형 유통사의 순이익, 즉 장사를 하고 ‘남는 돈’이 크게 줄었다는 증거가 1분기 실적을 통해 공개되며 공포가 시장을 또 한 번 휩쓸었다. 미국 S&P500지수는 이번 주 7주 연속 하락하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주간 기준) 최장(最長) 하락을 기록했다. 증시, 가상화폐, 원화 가치 등 위험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멀티하락’이 발생하는 분위기다.
다음 주 시장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한국은행의 움직임을 주목하면서 예고된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물가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다음 주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체크포인트를 정리했다.
◇체크포인트 1: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강도는
미 연준은 코로나 이후 ‘제로(0%)’로 유지해온 기준금리를 지난 3월 처음으로 0.25%포인트 올린 후 이달 초엔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더 심각해진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앞으로 두 번 정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겠다고도 예고했기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금리가 한국 등을 앞지르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자국 시장에 충격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인 금통위가 26일 열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데다, 한국도 4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4.8% 오르는 등 물가가 달아오르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달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했다. 만약 한은이 이번에 다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면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을 하는 셈이 된다.
기준금리 결정 자체만큼 이 총재의 기자회견도 관심사다. 2020년 초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으로 열리던 간담회가 이번 회의부터 오프라인으로 돌아간다. 기자들의 더 공격적인 질문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얼마나 매파(긴축 선호) 혹은 비둘기파(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만난 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해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충격이 발생했는데, 이번 회의에서 나오는 발언의 수위에 따라 한국 증시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1900조원으로 불어나 있는 상황이라 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이 미국처럼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많다.
26일 기준금리는 오전 9시30분~10시쯤 발표되고, 11시~11시30분 사이에 이 총재의 간담회가 시작된다. 간담회는 한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중계돼 누구나 볼 수 있다.
◇체크포인트 2: 빅스텝 인상 연준, 그다음 스텝은?
한은 금통위가 열리는 26일 새벽엔 미 연준의 지난 회의 의사록이 발표된다. 이달 초 연준은 22년 만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기구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내부에서 이를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다.
파월 의장은 회의 후 회견에서 앞으로 두 차례 정도 빅스텝 인상을 더 하되, 0.75%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었다. FOMC 위원들도 파월의 뜻에 동의했는지, 혹은 더 빨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매파적 발언이나 시장 충격을 완화할 비둘기파적 발언이 있었는지가 관심사다. 의사록은 이날 오전 3시(이하 모두 한국 시각)에 연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지난 19일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증시 급락과 상관없이 기준금리 인상은 계속하겠다”라고 밝혀 투자자 불안을 더 자극했는데, 다음 주에도 조지 총재의 발언이 예고돼 있다. 시장이 약세장으로 소용돌이쳐 내려가고 있음에도 “0.5%포인트 인상에 매우 편안함을 느낀다”라고 냉정히 말한 그가 이번엔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매우 강력한 긴축 선호 발언을 연달아 해서, 이제 한국에서도 ‘슈퍼 매파’로 유명 인사가 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연설도 예고돼 있어 주목된다. 조지 총재의 발언은 23일 오후 8시, 불러드 총재의 발언은 27일 오후 8시35분이다.
◇체크포인트 3: 물가 정점 지났다는 신호, 이번엔 나올까
아울러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7일 오후 9시30분에 발표된다. ‘PCE 물가지수’는 물가 상승률을 흔히 쓰이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비해 더 광범위한 품목을 집계하고, 각 항목의 가중치를 더욱 민감하게 조정하는 지표다. 연준은 이 중에서도 계절적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지수’를 주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근원 PCE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9% 올랐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준의 목표치(상당 기간 평균 2%)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지만 전월 5.2%보다는 낮아진 수준이다. 만약 PCE 근원 물가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낮다면 증시엔 호재다. 반대로 예상보다 높은 5%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시장에 안 그래도 팽배한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