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후원자’ 러 빠진 다보스포럼..기업인들 “세계화 종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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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sar99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로나19 이후 2년여 만에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기업인들이 30년간 이어져온 세계화가 종료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적극적인 후원국이었던 러시아가 제외된 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우크라이나를 주제로 한 세션을 진행, 미국과 유럽 재계의 반(反) 러시아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26일까지 다보스에서 WEF가 개최돼 글로벌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1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열렸다.

주요 외신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은 뒤 모습을 드러낸 기업인과 투자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문제, 최근 증시 혼란과 급격한 경제 전망 악화 등으로 중요한 전략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탈(脫)세계화다. 시장조사기관인 센티에오에 따르면 최근 수주간 기업들의 탈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확대됐으며 실적발표와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니어쇼어링(생산기지 인접국 이전), 온쇼어링(해외 기업의 생산기지 유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에 대한 언급이 2005년 이후 최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포르투갈 정치인 출신의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이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든 경향들이 세계가 디커플링(분리)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국가주의의 귀환, 지역화가 최근 기업들의 트렌드가 되어 세계화를 둔화하고 있다면서 “세계화가 국가주의, 보호무역주의, 원주민 보호주의, 맹목적 애국주의, 심지어는 외국인혐오증(제노포비아)에 따른 충돌에 직면했으며 누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인 워버그핀커스의 찰스 칩 카예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 커리어 기간 중 (이런 환경을) 경험한 적 없을 것”이라면서 “(지정학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로 우리 생각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었으며 그것이 세계 성장에는 분명 산소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금은 지정학이 투자 결정에 있어 맨 앞에, 중앙에 있으며 자산 가격에 꽤 강력한 역풍이 되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경제를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마찰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제약사 다케다의 크리스토프 웨버 CEO는 원가 절감을 위한 아웃소싱 기반 세계화는 끝났다면서 기업의 초점은 지속가능한 형태의 세계화로 옮겨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망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문제”라면서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세계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도미니크 아삼 에어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계화로 인해 수십년간 생산성을 향상해온 의미있는 부분이 단기간에 뒤바뀐다면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고 긴 경기침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주요 경제국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믿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러시아가 빠졌다. 러시아는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WEF의 주요 파트너 국가로 매해 60만프랑(약 8억원)의 비용을 지원했으며 보드카와 캐비어를 제공하는 파티를 열곤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2020년 다보스에서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억만장자 숫자로는 세번째로 많은 국가였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이후 사흘만에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과 보르게 브렌데 사장이 이를 규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WEF의 움직임은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서방국가의 노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는 나흘간의 포럼에서 주요 의제로 올라와 있으며 23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특별 연설도 예정돼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연설도 계획돼 있어 대러 압박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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