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 악재로 주가가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불거진 상장폐지 논란까지 재점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10여개 중국계 기업 중 한곳은 자진 상장폐지를 하겠다며 공모가의 4분의 1가격에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8곳의 상장회사는 주가가 급등락하거나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투자주의·경고, 또는 불성실공시법인이 된 상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1개로, 모두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상당수인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하나의 테마로 분류된다.
통상 중국계 상장사는 중국 현지 경제 상황, 정책 변수 등에 주가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는 제로 코로나 정책, 주요 도시 봉쇄 사태까지 맞물리며 변동성을 키웠다.
이 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크리스탈신소재(900250)를 예로 들면, 주가는 지난해 1월 4일(1740원)과 비교해 26.4% 하락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합성운모 생산업체로 2016년 1월 공모가 3000원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원재료 업체 컬러레이(900310)는 21.6% 빠졌다. 컬러레이는 2017년 8월 공모가 3800원에 상장됐다. 골든센츄리(900280),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는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공모가 3500원, 5000원에서 지금은 동전주로 거래되는 상황이다.
중국계 상장사를 바라보는 투자자들 신뢰도 역시 높지 않다. 2011년 중국 섬유회사 고섬 상장폐지 사태를 대표적인 계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고섬은 상장 후 두 달 만에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2013년 10월 상폐됐다.
고섬 이후 국내 증시에서 철수한 중국계 상장사는 11곳이다. 공모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에 상장폐지 되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먹튀’ 논란이 거듭 일었다. 국내에서 자금을 끌어모은 뒤 의도적으로 상장폐지에 나선다는 의혹이다.
최근에는 광학필름·기능성 첨단소재 제조업체 GRT가 자진 상장폐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GRT는 중국인 최대주주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이달 18일까지 발행주식총수 27.54%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수가격은 1237원으로, 공모가(500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GRT 측은 “경영 활동 유연성과 의사결정 신속함 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거래재개에 적극적이던 회사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상장폐지 논란까지는 없지만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적받는 경우도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중국계 상장사 10곳 중 8곳은 투자주의, 경고 종목으로 지정이 되거나, 공시 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18일 단기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만약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2거래일 동안 주가가 40% 이상 상승하고, 지정되기 전날 종가보다 높을 경우 매매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로스웰(900260)은 올해 초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틀 동안 주가가 40% 이상 급등해 거래가 정지됐다. 윙입푸드는 지난해 12월 외국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 사실을 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골든센츄리와 크리스탈신소재는 각각 단일계좌 거래량 상위종목, 상한가 잔량 상위종목으로 지난해 투자 주의를 받았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계 상장사의 소액주주는 10만명에 가깝다. 회사별로는 크리스탈신소재가 1만8693명으로 가장 많고, 오가닉티코스메틱스(1만1772명), 로스웰(1만1669명), 헝셩그룹(1만1067명), 이스트아시아홀딩스(1만47명)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