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에 매물이 많지 않은데다 전세시장도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2포인트 낮은 100.7을 기록하며 8주 연속 하락하면서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최근 들어 집값 상승세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에다 정부의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주택 매수세가 눈에 띄게 위축되는 형국이다.
10월 들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은 급매물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예전처럼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며 ” “정부의 돈줄 옥죄기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9억 9천만 원(9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27일 10억 4300만 원(6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천만 원 가량 내린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59㎡도 지난 8월 12억 4500만 원(16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천만 원 가량 낮은 12억 1500만 원(15층)에 팔렸다.
정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 건수가 지난 8월에는 25.8%에 불과했으나 9월 28.8%로 늘어났고, 10월(3주 기준) 38.4%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출규제에 금리 인상, 그리고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까지 본격화되고 있어 당분간 거래 위축에 따른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가 심해지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고 양도세 중과세로 매물이 많지 않아 당장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돈줄이 조여지면서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고 둔화되는 등 주택시장에 변곡점이 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다만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고 대체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주택가격의 급락보다는 숨고르기 장세나 양극화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지만 수요층이 많은 역세권 단지들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11월 첫째주 ‘주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1일 조사 기준)는 전주보다 0.22% 올랐다. 10월 4주차(0.25%)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조금 줄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이 서울 평균보다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증감률이 높았다. 강서구는 0.64%나 올랐다. 9호선 이용이 용이하고, CJ부지 개발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양동 일대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서초구도 0.42% 상승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과 이주 중인 반포4지구를 비롯해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으로 외부 수요가 유입된 탓이다. 종로구는 0.41% 올랐다. 강북횡단선 진행 여부에 따라 추후 지하철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는 평창동이 강세를 보였다.
전세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2% 상승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전세물건이 많지 않은 강서구는 방화동을 중심으로 0.54%나 올랐다. 종로구 역시 타 지역 대비 아파트 입주물량이 부족해 0.5% 상승했다.
구로구와 중랑구도 각각 0.49% 올랐다. 구로구는 수요층이 많은 역세권 단지들을 중심으로 올랐고, 중랑구는 신규계약 시 집주인들이 최대한 가격을 올리면서 상승했다.
CBS노컷뉴스 양승진 기자 broady01@naver.com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